"기사 내리고 사과해라"
지난해 12월, 경기 출전 없이 금메달 10개 딴 삼보 특기생 문제 제기에 압력
[더팩트ㅣ배정한·윤웅 기자] 격투 스포츠인 '삼보' 종목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고 메달을 획득한 체육특기생이 이 실적을 인정받아 대학에 합격하자, 이를 언론에 알린 선수 B 씨에게 대한삼보연맹이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져 파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전통 무술인 '삼보' 종목에서 실전 경기 없이 10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체육특기생이 남자 국가대표 B 씨 등을 제치고 용인대학교 체육우수자 특별전형에 합격 했습니다.
국가대표 B 씨는 특별전형 방식이 잘못됐다며 삼보연맹과 용인대 측에 문제를 제기했고 언론에도 이 사실을 알려 기사화가 됐습니다. 삼보연맹은 이 부분은 자기들이 관여한 부분이 없다고 주장하며 B 씨의 지도자 A 씨와 얼굴을 붉히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던 중 A 씨는 이번 달 열리는 '삼보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하기 위해 연맹에 전화를 했는데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관장 A씨: 이제 국가대표 선발전 포스터가 나와서 아이들이 궁금해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이제 궁금해서 (박00 심판위원장에게) 전화를 드렸어요. (박00 심판위원장이) "삼보를 열심히 했는데 연맹에서 아이들 시합을 제재하고 제명할 것 같다는 얘기가 자꾸 나온다.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안타깝다"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도대체 그게 무슨 얘기입니까? 물어봤더니 "선수 B 씨 어머니를 부추겨서 기사를 낸 거 아니냐. 그것 때문에 지금 문제가 됐고 그래서 연맹에서 하는 말이다"라고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삼보를 할 거냐? 앞으로 삼보를 할 것 같으면 그냥 회장님한테 죄송하다고 하고 그리고 기사 내리고 B 씨 어머니한테 잘 말씀을 드려서 원만하게 가면 안 되겠냐. 삼보 안 할 것 같으면 상관없다. 그냥 알아서 해라. 근데 할 거라면 그게 나은 방법 같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이 부분을 확인을 해야 돼서 김00 경기력 향상위원장님한테 전화를 했어요. 제가 박00 심판위원장에게 이러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게 사실 여부가 확실한지 조금 알아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하고. 그 얘기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두 번 정도 나왔는데 처음에 이제 B 씨가 용인대학교 내용으로 뉴스가 나갔을 때 연맹에서 이 부분을 조금 제재해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했었고.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거론이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사실 여부는 확인을 한 상태고.]
2023년 상반기 삼보 국가대표 선발전 포스터. |
실제로 대한삼보연맹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선수 제명과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제재 등을 계획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봤습니다.
[기자: 더팩트 윤웅 기자라고 하는데요. 몇 가지 여쭤볼 게 좀 있어서 전화...]
[박00 심판위원장: 저는 얘기할 거 없습니다.]
[기자: 아직 듣지 않으셨는데 어떤 걸로?]
[박00 심판위원장: 나는 원래 언론하고 얘기를 안 하는 사람이라고... 제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습니까?]
[기자: 취재원 통해서 알았고요 그 용인대 입시 문제점....]
연맹 관계자는 취재진의 질문이 불편한 듯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선수 B 씨는 연맹의 잘못된 대회 수상 규정과 입시 제도의 문제점으로 피해를 받은 것도 힘든 상황인데, 연맹 측에서 선수 제명과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겠다는 협박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자: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을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선수 B 씨: 당연히 (무경기 금메달 수상과) 같은 상황으로 어이가 없었고... 왜 우리한테만 그런 일이 계속 생기고 압박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정당하게 실력으로 시합에 나가서 이기고 메달을 쟁취하면 되는데, 선수끼리 정당한 룰로 경기를 하는 건데 사전에 저희한테 압박하는 건 스포츠계에서 있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할 수 없을 만큼 억울하고...]
더팩트 취재진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하는 삼보 남자 국가대표 B선수. |
대한삼보연맹은 이번 논란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대책은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제보자 B씨의 부모를 통해서 지도자인 A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하며 2차 가해를 일삼고 있습니다.
또 '경기 없이 획득한 금메달'로 용인대학교 합격생을 배출한 체육관 소속 관계자는 이번 논란이 공론화가 되면 B씨가 선수 생활 중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논란을 무마시키려 하기도 했습니다.
[문성천 대한삼보연맹 회장: 제가 솔직히 관장 A 씨한테 굉장히 안타깝거든요. 왜 그러냐면 이런 규정이 있는 걸 (관장 A씨가) 뻔히 알고 있었거든요. 아니 그러니까 (경기 없이 딴 금메달로 용인대 합격한 학생의 관장)이 그렇게 했다고 그러면 관장 A씨가 규정을 알고 있었잖아. 관장 A씨가 이런 규정이 있다는 걸 그러면 본인이 그걸 좀 생각해서 전략을 짰어야 된다고 난 보여요. 무슨 책임을 전가하는 건 아니고....]
[경기 없이 딴 금메달로 용인대 합격한 학생의 관장: (이번 사태가) B씨를 위한 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계속 운동해야 되고 앞으로...]
[B씨 학부모: 배제시키고 그러겠다는 거예요? 지금 그렇게 저는 들려요.]
[경기 없이 딴 금메달로 용인대 합격한 학생의 관장: 당연히 이게 이슈화되면 그 B씨가 사람이 부각이 될 텐데 더 잘해주겠어요? 사람들이?]
[B씨 학부모: 누가 잘해주지 않는다는 거예요? 감독님 포함해서 연맹에서 B씨를 다 배제하겠다는 거예요?]
[경기 없이 딴 금메달로 용인대 합격한 학생의 관장: 배제는 안 하죠. 배제는 안 하겠지만 그것 때문에 불과 불과해서 피해보면...]
입시 비리로 드러난 대한삼보연맹의 잘못된 규정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된 이번 논란은 이들을 괴롭히는 연맹의 갑질로 변질돼 가고 있습니다.
연맹이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변화를 요청했지만 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은 잘못을 바로잡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제보자를 색출해 불이익을 주고 부조리한 모습을 감추기에만 역량을 몰두하고 있습니다.
삼보는 아직까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적은 없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회원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차후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열려있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스포츠 삼보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삼보는 세계선수권대회 스포츠 삼보 부문에서 동메달리스트도 배출했으며,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지면 국위선양과 군 면제, 생활체육 활성화, 대학교 진학 등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로에 서있습니다. 이런 미래를 전망하며 많은 엘리트 체육인들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스포츠계에서 삼보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 고질적인 연맹의 행정적인 문제점과 집행부의 부실한 능력으로 인해 선수들의 소중한 꿈들이 짓밟히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자정에 대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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