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해제 첫날 줌바댄스장…20명 중 3명만 '마스크 해방'
입력: 2023.01.30 16:44 / 수정: 2023.01.30 16:44

감역취약시설·대중교통 제외 마스크 의무 해제
주저하는 시민 "아직은 위험, 고위험군은 써야"


경기도의 한 요가원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채영 기자
경기도의 한 요가원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채영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30일 658일만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이날부터 대중교통과 의료시설 등을 제외한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주저했다.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역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난 시민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오전 9시께 시내버스에서 10여 명의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편입학원에 가려고 환승버스를 기다리던 20대 김모 씨는 "아직은 위험한 것 같아서 쓰고 있다. 학원에서도 쓰고 있을 생각"이라며 "버스에 탈 때 썼다 벗었다 하는 것도 일"이라고 말했다. 602번 버스에서 만난 50대 직장인 김모 씨는 "가급적이면 안 쓰고 싶지만, 고위험군은 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했다.

줌바 수업이 한창인 서울의 한 체육 시설에도 20명 중 마스크를 벗은 수강생은 3명밖에 없었다. 마스크 없이 수업을 마친 이모(63) 씨는 "마스크를 안 쓰고 수업을 들으니까 행복하다"며 "그동안 마스크 안에 땀도 차고 호흡이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운동도 호흡을 맞춰서 하는 건데 그게 안 돼서 힘들었다"며 "지금은 마스크를 많이 쓰고 있지만 어느 순간 다들 마스크를 벗고 운동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수업을 들은 50대 A씨는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들었다. 그는 "대부분 쓰고 수업을 들어서 그냥 쓰고 있었다"며 "선생님도 자율적으로 하라고 말했지만, 아직은 벗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이 드신 분들은 쓰라고 하기도 한다"며 "운동할 때는 비말이 많이 튀기도 하고 완전히 코로나가 없어진 건 아니라 쓰고 운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로 옆 헬스장은 거리를 두고 운동기구를 이용할 수 있어 꽤 많은 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매일같이 아침 운동을 나온다는 이재상 씨는 "답답함이 없어져서 숨 쉬는 게 너무 달라졌다"며 "그동안 샤워할 때만 벗을 수 있었는데 지금이 훨씬 좋고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안의 약국. 이곳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지 헷갈려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조소현 인턴기자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안의 약국. 이곳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지 헷갈려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조소현 인턴기자

대중교통과 마찬가지로 마스크를 써야 하는 약국과 병원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잘 지켜졌다. 코로나19 감염 취약 시설이기 때문이다. 강남역 11번 출구 앞 약국을 운영하는 양모(47) 씨는 "대로변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다가도 약국에 들어올 땐 착용한다"며 "지금은 쓰는 것이 더 익숙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역 10번 출구 앞 약국을 4년째 운영 중인 B씨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 유심히 살펴봤는데 다들 마스크를 쓰고 들어오셨다. 위층에 이비인후과가 있고 코로나19 환자도 많이 와서 마스크를 벗기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의료기관이 밀집한 건물의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서초구의 한 치과를 방문한 유모(25) 씨는 "길거리에서는 벗는데, 건물이나 엘리베이터 내에서는 착용한다"며 "다들 쓰고 계셔서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성형외과를 방문 중이었던 신모(23) 씨도 "특별히 벗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 건물 엘리베이터는 대부분 사람이 많이 타서 찝찝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다만 지하철역사처럼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공간 내부에 있는 착용 의무 시설에서는 헷갈려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2호선 선릉역사 안의 약국을 방문한 장모(49) 씨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플랫폼에서는 벗어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약국 앞에서만 쓰기도 뭐하다"고 말했다. 이 약국의 운영자도 "정부에서 따로 내려온 지침은 없다"고 갸우뚱했다.

학생들도 서로 눈치를 보느라 쉽게 마스크를 벗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강남의 한 어학원에서 만난 대학생 윤모(22) 씨는 "한 명도 빠짐없이 쓰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난 것도 아니고, 책상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벗기 망설여진다"고 밝혔다. 김준우(23) 씨도 "공부할 때 마스크를 오래 쓰고 있으면 (마스크) 줄 때문에 귀가 아파서 빨리 벗고 싶었는데, 막상 (착용 의무가) 해제돼도 다들 쓰고 있어 못 벗겠다. 좀 더 기다려봐야 될 것 같다"며 머쓱해했다.

어학원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바뀌었다고 공지는 했지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분위기"라며 "강사들에게도 '벗어도 된다'고 말했는데 대체로 착용한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경기도 이천시 한국도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수업하고 있다. /뉴시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30일 경기도 이천시 한국도예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고 수업하고 있다. /뉴시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다. 서울 도산초 5학년 조우형 군은 "친구들이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엄마가 마스크 벗는 날이라고 알려줬지만, 코로나에 걸리기 싫어서 착용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김민준 군(12)도 "저번에 한번 (코로나19)에 걸렸는데 너무 아팠다"며 "친구들도, 선생님도 다 착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0일부터 감염취약시설과 병원, 약국, 대중교통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한 대부분의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바꾸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1단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1단계에서는 요양병원 등 장기요양기관, 정신병원을 비롯한 정신건강증진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 감염취약시설과 버스, 택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제외한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지하철 승하차장 등 대중교통 내부를 제외한 곳과 유치원이나 학교, 학원 등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뀐다. 다만 통학 차량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chaezero@tf.co.kr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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