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권 플랫폼 '폴에스크로우' 론칭
전현직 경찰 및 변호사 등 전문가 참여
영화·영상 제작사인 '무엇이든 표현하는 남자' 박한울 대표(사진)가 만든 경찰 인권 플랫폼 '폴에스크로'(POL-ESCROW)가 오는 30일 문을 연다./박한울 대표 제공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학교 폭력에 시달린 기억은 끔찍해도 등을 토닥여준 경찰관은 따뜻하게 남아 있어요. 저도 공익을 위해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영화·영상 제작사인 '무엇이든 표현하는 남자'(MOOPYO) 박한울 대표의 말이다. 이제는 그가 경찰에 보답할 차례다. 경찰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가진 재능의 총량을 쏟아붓기로 했다.
그가 만든 경찰 인권 플랫폼 '폴에스크로'(POL-ESCROW)가 30일 문을 연다. 경찰과 시민이 한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경찰의 직장 내 괴롭힘이나 비리 등 제보가 가능하고, 시민도 경찰에 당한 인권 침해 피해를 고발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비영리법인 단체로 곧 등록될 예정이다. 변호사와 행정사 등 법률 전문가 단체는 물론 전국의 경찰직장협의회와도 협력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보겠다는 게 박 대표의 각오다.
"항상 경찰에 입은 은혜를 돌려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경찰과 시민이 서로 오해 없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행히 많은 분께서 힘을 합쳐보자며 손을 내밀어 주셨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박 대표는 성인이 돼선 가족이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등 삶 자체가 순탄치 못했다. 하지만 좌절 속에서도 긍정을 키우는 내면의 힘을 길렀다. 영상 제작 사업을 하며 재능기부를 하고도 감사 인사마저 듣지 못한 일이 적잖았지만, 오히려 '의미있는 도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폴에스크로 오픈 예고 포스터./폴에스크로 제공 |
폴에스크로에서는 경찰 특유의 투박함을 찾아볼 수 없다. 올해 29세인 박 대표는 MZ세대 답게 플랫폼을 꾸몄다. 무미건조한 '자유게시판'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SNS처럼 사진과 이미지를 활용해 경찰과 시민이 실시간 소통하도록 했다.
물론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와 전국 직장경찰협의회 등을 통해서도 일선 경찰들이 인권침해 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폴에스크로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해 차별화했다. 일반 직장인들의 커뮤니티처럼 자유롭고 개방된 분위기 속에서 고충을 토로할 수도 있다.
특히 데스크톱 화면뿐 아니라 모바일과 태블릿 등에도 최적화돼 젊은 경찰관들의 활발한 활동을 유도했다. 일반 시민도 기존의 민원 접수 방식을 벗어나 경찰에 직접 불만을 제기하는 등 쌍방향 소통을 시도할 수 있어 효과가 어떨지를 시험해볼 기회가 됐다.
박 대표의 아이디어를 접한 전·현직 경찰관들은 망설임 없이 함께 할 뜻을 보였다. 경남 의령경찰서에서 수사과장으로 퇴직한 박성수 전 경정이 단체의 대표로 합류했다.
박 전 경정은 "30여 년 경찰공무원으로 살아오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퇴직 후 남은 삶도 경찰 공무원들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힘쓰고 싶은 마음에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경찰뿐 아니라 대부분의 단체가 카톡, 문자, 전화상담 등은 운영하면서도 정작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온라인에서의 소통은 적은 편"이라며 "폴에스크로는 궁극적으로 경찰과 시민이 연대하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