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극한갈등 푸는 '네고시에이터'…시위현장엔 그가 있다
입력: 2023.01.22 00:00 / 수정: 2023.01.22 00:00

인천 미추홀경찰서 정보외사과 조구희 경위
집회시위 갈등 중재·설득하는 소통 달인
시민이 먼저 도움 청해오는 '친절한 경찰관'


인천 미추홀경찰서 정보과 대화경찰관 조구희 경위가 지난 1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구청 인근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인천 미추홀경찰서 정보과 대화경찰관 조구희 경위가 지난 1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구청 인근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전국 14만 경찰은 시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안전과 질서를 지킵니다. 그래서 '지팡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범죄도시'의 마동석이나 '신세계'의 최민식이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더팩트>는 앞으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거나 무대의 뒤 편에서 땀을 흘리는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폴리스스토리>에서 매주 소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집회·시위, 집단민원 현장에서 시위대에 먼저 다가가 상대방 입장에서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시위대 등 시민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갈등이 완화되는 모습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스웨덴 대화경찰을 벤치마킹해 지난 2018년 도입된 '한국형 대화경찰 제도'가 6년 차를 맞았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주최자나 참여자 등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집회가 열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갈등이 생기면 중재하기도 한다.

인천 미추홀구 한 건설 현장 집회·시위에서 업무를 마친 미추홀경찰서 정보안보외사과 대화경찰관 조구희(45) 경위를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어릴 적부터 외향적이었다는 조 경위는 사람 만나는 일을 정말 좋아했다고 한다. 여러 부서 중 정보 파트를 선택한 이유기도 하다.

"경찰관을 보조하는 의무경찰로 병역 의무를 하면서 경찰관이 제 적성에 잘 맞는다 싶어서 경찰이 되기로 결심했죠. 경찰관이 된 후 여러 부서에서 근무했지만, 정보 파트에서 꼭 일하고 싶었어요. 정보관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까요."

2003년 일반 순경으로 입직한 조 경위는 중앙경찰학교와 지구대·파출소 근무를 거쳐, 경무·교통·기동대 등에 근무하다 2017년부터 정보 파트에서 일했다고 한다. 2018년 대화경찰제가 시작되면서 전문화 교육을 수료하고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근무 중 지난해 미추홀서로 발령 났다.

처음 대화경찰관으로 근무할 때 사복이 아닌 형광색 대화경찰 복제를 입는 게 어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경찰인 줄 알아볼 수 있는 복제를 입고 일하게 되면서 시위 현장에서 사복을 입고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시위대와 소통할 수 있어 오히려 편했다고 한다. 신분을 노출하고 당당히 일하니 시민들이 먼저 도움을 받으려 다가오기도 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 정보과 대화경찰관 조구희 경위가 지난 1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구청 인근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인천 미추홀경찰서 정보과 대화경찰관 조구희 경위가 지난 12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미추홀구청 인근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갖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아무리 평화롭고 합법적인 시위라고 해도 제3자는 소음 등으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대화경찰관은 시민들과 집회·시위 주최 측을 중재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한다. 시 주관으로 한 공공시설을 신축현장에서 인근 주민들이 공사를 반대하며 반발하는 상황을 대화경찰 활동으로 불상사 없이 해결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초 인천시에서 한 지역에 창업지원주택을 지으려고 하는데 인근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했어요. 처음 현장에 갔을 때, '시에서 우리를 잡아가라 했느냐? 너희도 한통속이다'라며 거부감을 보였어요. 이모, 삼촌 등이라 부르며 먼저 다가가 소통하고 공감하며 며칠을 현장에서 합법적 시위를 유도하고 참가자들을 보호하다 보니 나중에는 음료수나 간식도 먼저 챙겨주고 요즘 경찰이 참 친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당시 일로 경찰서 게시판에 '친절한 경찰관'이라는 시민의 글이 올라와 경찰서장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대화경찰관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원만한 해결을 위한 테이블 위에 양측을 앉힐 수 있는 큰 힘을 가진 셈이다.

다만 업무량도 많고 돌발 상황도 있어 가족들에게 할애할 시간이 부족해 미안할 뿐이다. 오늘도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서로 '배려'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 서로가 직접 감정을 느낄 수 없다면 그 가운데서 대화경찰이 감정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아빠 따라서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어느 날 엄마처럼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아빠는 늦게 퇴근하고 주말에도 일하러 나간다고, 그래도 사람들 만나며 대화를 통해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한가지 바람은 일선 경찰관들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지휘부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경찰관이 소극적으로 일하면 피해 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봐요.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응원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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