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윗선 조사에 한계 뚜렷
이상민·오세훈 서면조사도 못해
전격 압수수색, 검찰은 '선'넘을까
손제한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브리핑실에서 수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159명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발생 현장 1㎡당 최대 10명까지 인파가 밀집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까지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넘겼지만 유족들은 윗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이태원 사고 특수본(손제한 본부장·경무관)은 김 서울청장 등을 검찰에 넘기며 수사를 마무리한다고 13일 밝혔다. 참사 직후 꾸려진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는 공정성과 독립성 보장을 위해 514명 규모 특수본으로 편성·운용됐다.
지난해 11월2일 출범 이후 73일 만에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서울청장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검찰에 넘기면서도, 이들은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아 '셀프수사' 한계를 드러냈다.
◆시간당 약 1만명씩 이태원역 하차…1㎡당 최대 10명 밀집
특수본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5시쯤 이태원역 한 주 전 하차 인원 2129명보다 4배 많은 8068명이 하차하기 시작해 오후 6~10시 매시간 약 1만명이 하차했다. 서울 용산경찰서와 이태원역 사이 무정차 요청 논란이 불거진 것을 보면 안타까운 대목이다.
누적 인원은 오후 5~10시 총 5만1639명으로, 인근 역이나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한 인원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인원이 이태원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된다. 참사 현장의 장소적 특징을 살펴보면, 일방통행 조치하지 않은 점이 아쉬움이 있다.
오후 5시부터 T자형 삼거리를 중심으로 △세계음식거리(거리)를 통행하는 인파 △거리에서 이태원역 방면으로 진출하려는 인파 △이태원역 부근 대로에서 거리 방면으로 진입하려는 인파가 계속 증가했다. 참사 발생 1시간45분 전인 오후 8시30분쯤부터는 극심한 정체가 발생했다.
특수본은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람이 너무 많아 떠밀려 다니는 '군중 유체화'를 꼽았다. 김영환 국립중앙의료원 외상센터장에 자문한 주요 사망원인은 질식과 복강 내 출혈, 재관류증후군이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참사 발생 시간인 오후 10시15분쯤 1㎡당 7.72명~8.39명이 밀집했고, 오후 10시25분쯤에는 9.07명~10.74명이 밀집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밀도 추정 감정서 등 결과 평균 약 224kg~560kg 무게 정도의 힘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이태원 참사' 현안보고에서 인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이상민 행안부 장관·오세훈 서울시장 조사 안해
특수본은 경찰과 소방, 구청, 서울교통공사의 과실이 중첩돼 결과가 발생했다는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해 수사를 벌였다. 핼러윈 사고를 대비한다는 '공동 목표'와 '의사 연락'이 존재했는데도 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중첩돼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참사 관련 직접적인 죄명인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을 구속 송치하고, 김 서울청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박성민 전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은 '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송치됐다.
수사는 김 서울청장을 넘지 못했다. 헌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등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사고에서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행안부 등은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없다고 봤다.
이 장관과 오 시장 등은 재난안전법상, 윤 청장은 경찰법상 결과 발생에 예견 가능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각 하위 기관인 용산구청이나 서울청의 과실에 감독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다. 서울시 직원 33명, 행안부는 36명 참고인 조사를 벌였지만, 시장과 장관은 조사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17일 행안부와 서울시 등 압수수색에서도 장관과 시장 집무실은 제외해 윗선 수사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리적으로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압수수색은 물론 서면조사 조차 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이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설치한 시민분향소가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가운데, 유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이제 '검찰의 시간'…유족 "특수본 수사 미흡, 윗선 수사해야"
'성역 없는 수사'를 장담했던 특수본이 윗선 수사에 소극적인 이유로 이 장관이나 윤 청장 등이 현직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서부지검은 여러 부서 검사들을 차출해 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상태다.
서부지검은 지난 10일 경찰청 등 9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보강수사에 나섰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13일 피해자 진술을 위해 검찰에 출석하며 윗선 소환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특수본 수사는 피해자 중심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검찰이 이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유족들을 상대로 피해자 조사를 벌이는 상황에서 특수본 수사 결과와 어느 선까지 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특수본이 주요 피의자 영장 신청 단계부터 검찰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져,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기소 이후 법원의 판단도 관심이 쏠린다. 특수본이 주로 참고한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서 유죄가 인정된 과실범의 공동정범 법리가 이태원 참사에서도 통할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특수본 수사 결과를 놓고 입장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봐주기 수사로 종결됐기 때문에 특검 수사가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리에 따라 제대로 한 수사"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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