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직후 유가족에 '부검 권유' 18건…"의도 의심"
입력: 2023.01.14 20:49 / 수정: 2023.01.14 20:49

희생자 유가족 자체 조사…'마약 부검' 제안도 5건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희생자 유가족 중 최소 18명 경찰 혹은 검찰로부터 부검을 제안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부검을 언급한 사례도 5건 있었다./이새롬 기자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희생자 유가족 중 최소 18명 경찰 혹은 검찰로부터 부검을 제안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부검'을 언급한 사례도 5건 있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 희생자 유가족 중 최소 18명 경찰 혹은 검찰로부터 부검을 제안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부검'을 언급한 사례도 5건 있었다.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따르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검찰과 경찰이 부검을 제안한 사례가 18건으로 확인됐다.

민변 관계자는 "전체 유가족들이 참여한 설문은 아니고, 부검 제안을 받았다고 1차적으로 모인 분들만 18명"이라며 "18명 중 마약 부검 얘기가 포함된 분들이 5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광주지검 한 검사가 희생자 장례식장을 찾아가 유족에게 부검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유족이 왜 부검해야 하는지 묻자 검사는 'SNS에 마약 이야기가 떠도는데,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다른 사례에서도 경찰과 검찰은 병원 영안실, 장례식장 등을 찾아 부검 의향을 물었다. 한 유가족은 "경기도 일산의 영안실에서 서울 중랑구의 장례식장으로 희생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범죄나 마약에 연루되었을 수 있으니 부검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다른 유가족은 "참사 직후 이대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을 때 경찰로부터 부검을 제안 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이 부검을 하지 않겠다고 답하자 해당 경찰은 "(후에) 검사가 마약 관련해서 부검을 제안할 수 있다. 검사에게 부검 의사가 없다고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다른 유가족은 순천향병원에서 한 검사로부터 "마약 등 다른 (사망)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부검 제안을 듣고 "사인이 명확한데 부검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대답했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29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당시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마약 부검'을 제안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김보성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과장은 "일부 검사가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부검 절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마약 보도를 언급했을 뿐이고 검사가 마약 부검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양성우 민변 변호사는 "마약 관련 부검을 제안한다는 건 당연히 마약을 의심한 거고, 사고 원인이 압사라는 건 당일부터 목격자, 생존자들에 의해 충분히 확인된 상황이다. 참사 직후 유족에게 언급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정황상 마약 검출이 한두 명이라도 확인된다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밀었다거나, 약물에 취해 사고의 단초가 됐다는 등 공권력, 행정력의 부재 상황을 쉽게 치환할 수 있다고 본 것인지 의도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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