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조사 예산도 통과…"민간 시설 열악한 곳부터"
서울시의회가 공공 산후조리원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통과하면서 사업이 첫 발을 떼게 됐다.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신생아실 모습. /센터 제공 |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서울시의회가 공공 산후조리원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통과하면서 사업이 첫 발을 내딛는다.
업계 반발도 우려되지만 공익 차원에서 민간 시설의 사각지대를 메꾸는 데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본회의에서 출산 및 양육지원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됐고, 올해 관련 사업 예산도 확정됐다.
개정안은 시장은 임산부의 건강을 보호하고, 출산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모자보건법에 따른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시립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6월 모자보건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후속 입법이다. 시행령의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운영 주체를 기존 시장·군수·구청장에서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로 확대하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시의회에서 통과된 올해 예산안에는 공공 산후조리원 타당성 조사를 위한 예산 1억 원이 포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하는게 타당한지, 어디에 설립하는게 좋을지 등에 대해 분석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실태조사와 타당성조사를 하려고 한다"며 "가능하면 빨리 진행해 이후 기본계획 수립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 시설만으로는 지역별 불균형이 발생하고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공공시설로 그 틈바구니를 메꾸겠다는 것이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최기찬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금천2)은 "지역별로 산후조리원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강남구는 15곳인데 금천구엔 2곳 뿐"이라며 "또한 다수의 다문화가정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도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2022년 11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5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모습. /이선화 기자 |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산후조리원 116곳이 운영 중이며, 이 중 공공시설은 송파구가 운영하는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한 곳뿐이다. 자치구별 현황은 강남구 15곳, 강동구 11곳, 송파·양천·강서구는 9곳인 반면 용산구·성동구는 1곳, 종로·서대문·동작·관악·금천·중구는 2곳 뿐이다.
산모들에게 산후조리원은 수요가 높은 서비스다. 보건복지부 2021년 산후조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3127명 중 81.2%는 출산 후 산후조리원을 이용했고, 75.6%는 만족스러운 산후조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산후조리 관련 비용 지원을 꼽았다.
수요는 높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찮으며 금액도 시설별로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6월 기준 서울 시내 산후조리원은 기간 2주, 일반실 기준으로 평균 이용요금이 400만 원으로 분석됐다. 가장 비용이 큰 곳은 1500만 원, 가장 적은 곳은 209만 원이었다. 이용요금이 가장 낮은 시설이 바로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다.
이 때문에 가구소득별로 산후조리원 이용률도 큰 차이를 보인다. 2021년 실태조사 결과 가구소득 500만~600만 원인 가구는 산후조리원 이용률이 86.2%인데 400만~500만 원은 83.6%, 300만~400만 원 80.5%, 200~300만 원 74.9%로 떨어지고 200만 원 미만 가구는 58.2%로 더욱 낮았다.
서울시의회가 공공 산후조리원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통과하면서 사업이 첫 발을 떼게 됐다. /남용희 기자 |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는 시의회에서 여야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다. 신동원 국민의힘 의원(노원1)은 지난달 22일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산모의 80% 이상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만큼 공공이 복지 차원에서 지원해 그 부담을 줄여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시내 단 한 곳인 공공산후조리원을 자치구별로, 특히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자치구부터 우선적으로 확대 설립할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 업계의 반발을 우려하는 의견도 예상된다. 공공이 과도하게 민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고민이다. 당장 사업을 추진하기에 예산이 적게 책정된 면도 있다.
최기찬 의원은 "민간으로 충분한 곳은 민간에서 하면 된다"며 "그렇지 않은 열악한 곳 위주로 만들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모두 이 사업은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며 "(조사를 거쳐) 올 하반기부터라도 가장 열악한 곳부터 만들 수 있다. 예산은 추경으로 편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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