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한파에 떠는 0.7평 쪽방…전기장판으로 버틴다
입력: 2022.12.23 05:00 / 수정: 2022.12.23 05:00

수십 미터 가야 온수 나오는 샤워시설
영등포쪽방촌 상담소 "작년 대비 등유 부족"


22일 서울 남대문쪽방촌에 거주하는 김춘찬(70) 씨가 신문을 보고 있다. /최의종 기자
22일 서울 남대문쪽방촌에 거주하는 김춘찬(70) 씨가 신문을 보고 있다. /최의종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커피 한 잔 드릴까요? 커피 좀 꺼내게 잠깐 비켜볼래요. 여기 '냉골' 앉아 보세요."

찬바람에 손발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한파가 기승을 부리며 최저기온 영하 12도를 기록한 22일. 서울 남대문쪽방촌에서 만난 김동주(76) 씨의 1평 남짓한 방에 취재진이 들어가자 앉을 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작은 간이 온풍기가 가동돼 공기는 비교적 훈훈했다.

하지만 바닥은 전기 패널이 한쪽만 깔려있어 다른 쪽은 차디찼다. 남대문쪽방촌은 다른 쪽방촌과 달리 연탄이나 등유 시설이 없다. 간이 온풍기가 없다면 전기 패널과 전기장판만으로 겨울을 지내야 한다. 또한 전기 패널과 전기장판도 추위를 견디는 데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한다.

방에 누우면 머리맡에 있는 문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오기 십상이다. 김동주 씨는 청색 테이프로 틈새를 꼼꼼히 막아 놓았다. 소일거리를 하며 일정 수입이 있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어렵다. 그는 "먹고 살기 어려운데 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김 씨가 거주하는 건물은 서울시립남대문쪽방상담소가 관리하고 있다. 수십 미터 떨어져 있는 상담소는 온수로 샤워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옆 건물 김춘찬(70) 씨가 거주하는 방은 김동주 씨 방보다 더 좁다. 0.7평 규모의 방은 혼자 겨우 누울 수 있다고 한다.

김춘찬 씨는 김동주 씨와 달리 간이 온풍기가 없어 겨울을 오롯이 전기 패널로 버텨야 한다. 김춘찬 씨 역시 잠을 청하기 위해 누우면 머리맡에 문지방이 바로 있다. 문 틈새로 들어오는 막기 위해 테이프를 붙여놓았다.

김춘찬 씨가 거주하고 있는 건물 안 샤워 시설은 열악하다. 수십 미터를 걸어 상담소 내 샤워 시설에 가서 온수를 이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찬 공기로 코와 귀가 빨개질 정도로 추운 날씨에는 이동하는 것조차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서울 남대문쪽방촌 한 건물에 위치한 샤워 시설. /최의종 기자
서울 남대문쪽방촌 한 건물에 위치한 샤워 시설. /최의종 기자

이대영 서울시립남대문쪽방상담소 팀장 겸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강사는 "현재 여건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무엇이 필요하신지 항상 살펴 올해 겨울을 탈 없이 보내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전기료는 25만원가량 월세에 포함돼 있어 인상과 상관은 없다고 한다. 남대문쪽방촌은 전기 패널과 전기장판으로 겨울을 나지만, 영등포구 문래동 쪽방촌 등 다른 지역은 연탄과 등유가 필수로 올겨울이 유난히 추울 예정이다.

에너밥상공동체 복지재단 연탄은행 2019~2022년 동절기 9~11월 연탄 후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재단에 후원된 연탄은 25만700장으로 전년 대비 46.7%가 줄었다. 연탄 봉사자 수도 감소했다. 올해 봉사 참여자는 992명으로 2019년 2305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연탄에 비해 등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타격을 입는 쪽방촌 주민이 많다고 한다. 등유 가격은 올해 초 1100원대에서 50%가량 올라, 현재 1700원 수준이다. 후원 역시 연탄보다는 등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김형옥 영등포쪽방촌 상담소장은 "후원액이 작년과 비교하면 비슷할 수 있지만 가격이 올라서 등유를 살 수 있는 양이 줄어들어 타격이 있다"며 "후원 역시 등유보다는 연탄을 많이 해주고 계시는데 이런 부분을 고려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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