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사골목 클럽 '춤 허용' 하루 만에 허가…용산구청장 취임 후
입력: 2022.12.22 07:00 / 수정: 2022.12.22 07:00

전체 24곳 중 16곳 사흘도 안 돼 허가
안전 실효성 제대로 점검했는지 의문


서울 용산구가 이태원 춤 허용 업소의 절반 이상을 신청 뒤 불과 사흘도 안 돼 허가해준 사실이 확인됐다./이선화 기자
서울 용산구가 이태원 '춤 허용 업소'의 절반 이상을 신청 뒤 불과 사흘도 안 돼 허가해준 사실이 확인됐다./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서울 용산구가 이태원 '춤 허용 업소'의 절반 이상을 신청 뒤 불과 사흘도 안 돼 허가해준 사실이 확인됐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의 한 클럽은 신청 다음날 허가가 떨어졌다.

춤 허용 업소는 현장실사를 거쳐 시설 및 안전 등에 관한 기준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지정해야 하지만, 하루 이틀 만에 허가하는 관행은 2019년 버닝썬과 광주 서구 클럽 붕괴 사태 때부터 졸속행정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22일 <더팩트>가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용산구 춤 허용 업소 신청 및 지정 일자 현황'에 따르면 용산구 춤 허용 업소 24곳 중 16개 업소는 신청 뒤 3일 안에 허가증을 받았다.

단 하루(24시간) 만에 춤이 허용된 업소도 5곳 있었다. 이중 1곳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른바 'T자형 골목'의 클럽형 주점이다. 지난 8월 30일 신청해 바로 다음날 허가가 났다.

또 다른 1곳도 해당 골목을 끼고 있는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위치했다. 나머지 3곳은 퀴논길과 이태원역 2번 출구 인근이다.

그 외 이틀(48시간) 만에 된 업소는 8곳, 사흘(72시간) 만에 허가받은 곳은 3곳이었다. 다른 업소들 역시 지정까지 5~9일 정도로 길지 않았다. 용산구청이 신청 날짜를 모르겠다고 밝힌 업소도 2곳이다.

구청이 춤 허용 업소를 지정하려면 현장실사를 거쳐야 한다. 객석(탁자, 의자 등 세부사항)·객실·조리장·창고·무대·화장실 등 영업장의 평면도까지 검토 및 확인해야 한다. 그 외 소음·진동관리법 준수와 1㎡당 1명 제한, 안전요원 배치 기준과 자동비상등 확인 등 용산구 조례가 규정한 사전점검 사항만 20가지가 넘는다.

전 과정을 1~3일 만에 마무리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3년 전 광주 서구 클럽 붕괴 사건 당시에도 무너진 클럽이 신청 사흘 만에 춤 허용 업소로 지정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조례에 근거한 안전규정 등이 실효성 있는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지정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버닝썬 사태 때 사안이 공론화하자 서울시가 춤 허용 업소의 안전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 등을 뒤늦게 점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업소는 지정이 취소됐다.

버닝썬 수사에 참여한 경찰 관계자는 "춤 허용 업소는 원칙적으로 지정받기까지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 오히려 신청을 꺼리는 음식점도 많다"며 "용산구처럼 오늘 신청하면 당장 내일이나 모레 허가증이 나오는 식의 행정처리는 납득이 쉽지 않은 대목"이라고 바라봤다.

<더팩트>는 용산구의 설명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용산구의회 홈페이지에는 춤 허용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당시 용산구청은 반대 뜻을 분명히했다.(왼쪽)하지만 용산구의회는 올해 3월 해당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는 소음 등 민원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오른쪽)
지난해 6월 용산구의회 홈페이지에는 춤 허용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당시 용산구청은 반대 뜻을 분명히했다.(왼쪽)하지만 용산구의회는 올해 3월 해당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당시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는 소음 등 민원을 우려하는 내용이 담겼다.(오른쪽)

용산구의회는 지난 3월 일반음식점에서도 춤을 출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이태원 일대 클럽형 일반음식점들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6월 용산구의회 홈페이지에는 춤 허용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용산구는 당시만 해도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답글을 통해 "지역 특성상 음식점 주변에 주택가가 밀집돼 있다"며 "춤추는 행위 및 소음과 관련한 인근 주민의 고통 호소와 민원이 많은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법적으로 춤추는 행위가 허용되는 영업은 유흥주점인데 이는 허가기준이 까다롭다"며 "일반음식점의 춤 허용은 유흥주점 업주들의 극심한 반발이 예상된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용산구의회는 "우리 구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집행부인 구청과 적극 협력해 구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 결과 용산구의회는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주거지역에 사실상의 유흥업소를 허용하는 것으로 늦은 시간 소음과 진동 등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은 고려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아무런 이의 제기 없이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정작 첫 허용 업소는 조례 시행 두 달 뒤인 올해 6월에야 지정됐다.

현재 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는 용산구 전체 춤 허용 업소 24곳 중 22곳이 박희영 용산구청장 취임 후인 7월 이후 지정된 배경을 수사 중이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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