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월클' 핸들러, 7년 우정 '래빗'과 시민안전 지킨다
입력: 2022.12.18 00:00 / 수정: 2022.12.18 00:00

서울경찰특공대 탐지견운용제대 이의중 경사
폭발물 탐지, 실종 구조 현장에서 맹활약
"래빗 은퇴하면 꼭 고향집 데려가고 싶어"


서울경찰특공대 탐지견운용제대 이의중 경사가 지난 8일 오전 탐지견 래빗을 훈련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서울경찰특공대 탐지견운용제대 이의중 경사가 지난 8일 오전 탐지견 래빗을 훈련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견(犬) 때문에 팔자를 폈어요. 어릴 적부터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런 보직이 있어 경찰관도 됐어요. 입직 직후부터 함께해온 '래빗(Rabbit)'이 내년에 은퇴하면 꼭 집에 데려가고 싶습니다."

천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더팩트>가 서울 서초구 서울경찰특공대에서 만난 탐지견운용제대 이의중(38) 경사는 2013년 입직하기 전까지 핸들러(handler·운용요원)가 되기 위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 경기 연천군 작은 마을에서 자란 이 경사는 자연스럽게 견들과의 접촉이 많았다. 가축을 키우던 조부모 영향으로 대형견뿐만 아니라 닭이나 소 등 동물에 애착이 크다. 주사를 맞는 모습도, 새끼를 낳는 모습도 전부 지켜봤던 이 경사에게 동물은 '가족'이다.

20대 초반 한 성범죄자 검거에 도움을 주면서 경찰의 꿈을 키웠다. 대학가 원룸촌에서 여성을 강제 추행하던 피의자를 붙잡고, 피해자와 함께 경찰서에서 진술한 경험이 현재 '운용요원'으로 일하게 된 또 다른 계기가 됐다.

체육학과를 졸업한 이 경사는 서울시청에서 1년 정도 일하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결국 사표를 내고 모았던 돈을 털어 공부하며 2013년 운용요원 특별채용에서 순경으로 입직했다. 중앙경찰학교와 파출소 의무근무를 거쳐 서울경찰특공대에 오게 됐다.

탐지견 래빗(7·수컷·벨기에 마리노이즈)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2015년 탐지견운용제대에 온 이후 선배들의 배려로 6~7마리 탐지견 중 한 마리를 고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때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우며 눈에 띈 견이 '래빗'이었고, 그때 만남 이후 현재까지 우정이 이어지고 있다.

래빗과의 활약도 많았다. 탐지견은 크게 두 부류다. 이 경사는 '폭발물탐지견'인 래빗과 '수색견'인 베니와 수년간 폭발물·실종 등 많은 현장에서 일했다. 이들과 2020년 춘천 의암호 참사 현장을 가기도 했다. 서울역이나 용산역 등 다중이용시설 점검도 늘 함께였다.

그런 래빗은 내년 은퇴해야 한다. 탐지견은 8살이 되면 은퇴해 함께했던 핸들러에 입양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내부망에 공지를 올려 주택 소유자 등 요건이 되는 경찰관 가정에 입양된다. 이 경사는 래빗이 은퇴하면 고향 집에 꼭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8일 오전 탐지견 래빗을 훈련하고 있는 서울경찰특공대 탐지견운용제대 이의중 경사. /이선화 기자
8일 오전 탐지견 래빗을 훈련하고 있는 서울경찰특공대 탐지견운용제대 이의중 경사. /이선화 기자

이 경사는 우리나라 운용요원 능력이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든다고 자부한다.

"해외를 나가도 다른 나라 핸들러의 능력을 보면 우리가 훨씬 더 돋보입니다. 실전 경험은 부족할 수 있지만, 핸들링이 여유롭고 자연스럽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해외에 탐지견을 선발하러 다녀온 적이 있는데 견의 훈련성, 용변 색깔, 활동성, 다른 견과 다툼 여부 등을 세부적으로 따지고 데려왔습니다. 그때 현지 핸들러들에게 '당신처럼 꼼꼼하게 견을 테스트한 사람은 처음이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훈련하면서 끊임없이 더 나은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도 한다. 탐지견 역할은 '외부'에 집중돼있다. 폭발물을 찾거나, 실종자를 수색해도 그렇다. 그러나 그는 생각을 바꿔 내부에 숨어있는 테러범을 찾는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탐지견을 교육했다고 한다.

이 경사는 "최근 해양경찰특공대와 선박 내에 숨어있는 테러범을 찾는 합동훈련을 했다. 탐지견이 먼저 숨어있는 테러범을 찾아 알려, 작전 요원의 안전이 보장돼 훨씬 수월해졌다. 작전에서 많은 변수를 고려할 것을 필요한 곳에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경사는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서울역이나 용산역에서 만나는 탐지견들은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귀엽더라도 꼬리를 만지거나 쓰다듬는 일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폭발물 위험 현장, 실종 현장 어디든 있으니 지켜봐 주세요."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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