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총경 중징계에 내부 비판 목소리
직협 "깊은 유감…류 총경 명예회복 지원"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지난 13일 류삼영 총경(사진)에 정직 3개월 징계를 통보했다. 윤 청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조치다. 류 총경이 올해 7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주도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중도 해산하라는 윤 청장 직무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다./뉴시스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조직에서 역사적 평가까지 염두에 두고 고심해 내린 결론입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류삼영 총경 징계를 요구한 배경을 놓고 한 말이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선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가 읽힌다. 오히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과 맞물리며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다시 일고 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는 지난 13일 류 총경에 정직 3개월 징계를 통보했다. 윤 청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류 총경이 올해 7월 주도한 '경찰국 반대'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중도 해산하라는 윤 청장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다.
일선 경찰관들의 표정은 어둡다. 조직 구성원들의 토론과 언로를 차단한 채 명령만 따르라는 압박처럼 비친다는 인상 때문이다. '폴넷' 등 경찰 내부망에도 이를 토로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경찰관은 폴넷에서 "경찰국 신설 문제로 단 한 차례 총경 회의를 열었을 뿐인데 중징계를 내린다면 앞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하라는 압박과 다름 없다"며 "이는 부당한 징계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경찰국 신설은 많은 국민과 경찰관이 우려를 나타냈는데도 결국 강행됐고,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 행안부 장관은 경찰에 대한 지휘 감독 책임이 없다고 했다"면서 "전부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오로지 꼬리 자르기에만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윤 청장을 향해 '부끄럽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청장은 부하직원들의 과실에 칼질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무한 책임을 지는 자리"라며 "윤 청장이 우리의 수장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는 글을 작성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직협은 "경찰 입장에서 경찰국 설치는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었다"며 "류 총경 징계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류 총경 명예회복을 도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류 총경이 주도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는 주말인 지난 7월 23일 열렸다. 역시 주말이었던 이태원 참사 당일 윤 청장이 캠핑장에서 음주 후 자느라 두 차례 보고를 놓친 점과 묘한 대조를 이뤄 씁쓸한 시선을 보이기도 한다./주현웅 기자 |
류 총경이 주도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는 주말인 지난 7월 23일 열렸다. 역시 주말이었던 이태원 참사 당일 윤 청장이 캠핑장에서 음주 후 자느라 두 차례 보고를 놓친 점과 묘한 대조를 이뤄 씁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협 한 관계자는 "경찰 조직의 명운이 걸린 경찰국 신설을 놓고 주말에라도 관련 회의를 개최한 총경은 중징계를 받고,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음에도 캠핑을 갔다가 수많은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 관련 보고를 놓친 경찰청장은 수사를 안 받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함께 참여한 A 총경도 "윤 청장은 역사적 평가까지 염두에 두고 고심 끝에 중징계를 요청했다지만 결국 흑역사로 남게 될 사건"이라며 "저희로서는 경찰 동료로서 류 총경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심할 필요를 느낀다"고 말했다.
류 총경은 징계 결과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구제되지 않으면 법원에 징계결정 취소소송도 고려 중이라고 알려졌다. 직협은 류 총경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로 대기발령 조치되자 시작한 '류삼영 구하기 모금' 때 모은 수천만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