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보이지 않는 범죄와 싸운다…IT전공의 '사이버캅'
입력: 2022.12.11 00:00 / 수정: 2022.12.11 00:00

김영주 안산 단원경찰서 경장 인터뷰
용의자 정보는 피해자 제공한 단서뿐
범죄유형 총망라·범행무대는 전국구


김영주 안산단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수사관(경장)이 안산 단원경찰서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안산=임영무 기자
김영주 안산단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수사관(경장)이 안산 단원경찰서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안산=임영무 기자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전국 14만 경찰은 시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안전과 질서를 지킵니다. 그래서 '지팡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범죄도시'의 마동석이나 '신세계'의 최민식이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더팩트>는 앞으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거나 무대의 뒤 편에서 땀을 흘리는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폴리스스토리>에서 매주 소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팩트ㅣ주현웅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보이는 적과의 싸움은 쉬울지 모른다. 적어도 보이지 않는 상대보단 그렇다. 범죄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범인을 추적하는 일은 몇 배 더 힘들다. 사이버범죄팀 수사관들은 피의자의 나이, 성별, 국적 등 기본 정보조차 없이 피해자가 가진 단서만으로 범인을 찾고야 만다.

경기남부경찰청 안산 단원경찰서 사이버 수사팀 김영주 경장은 모니터 너머 이름도 성도 모르는 범인을 쫓아 전국 팔도를 누빈지 벌써 4년째다. 2015년 순경 견장을 달고 기동대를 거쳐 2019년 2월 사이버 수사팀에 합류했다.

대학 시절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사이버 수사가 적성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해 적극 자원했다고 한다. 사기, 성범죄, 협박 등 오프라인이었다면 별도의 팀이 수사했을 범죄를 온라인 공간에선 그가 전부 맡는다. 특히 범죄의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져 가장 골치 아픈 임무다.

"제가 팀에 처음 들어왔던 때와 비교해봐도 범죄 유형이 달라졌어요. 예전엔 대포통장에 들어온 돈을 그저 인출하는 방식이 대세였는데 요즘은 없어졌죠. 훨씬 복잡해졌어요. 중고 물품을 파는 척 돈만 받아 가로채더라도 방법이 지능적이에요. 다양한 수사기법을 활용해야죠."

'엄마, 휴대폰이 고장 나서 보험 처리하게 신분증이랑 계좌번호랑 비밀번호 좀 알려줘'. 이 수법에 누가 속을까 싶지만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피해자는 늘 부모다. 일단 자식에 문제가 생겼다면 돕고 본다. 이 같은 메신저 피싱 피해 신고가 하루에 2~3건씩 접수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오픈뱅킹 서비스 사용자가 늘며 피해 금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사이버 사기는 국민에 가장 깊숙이 침투한 범죄지만 검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범행이 해외에서 이뤄져서다. 국내에서 피의자를 잡아도 생계형 범죄가 대부분이라 난처한 때가 많다. 김 경장의 첫 구속 사건 피의자도 그런 사례였다.

"첫 구속 사건은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해요. 소재 파악조차 안 돼 애를 먹다 간신히 찾았는데 원룸 보일러실에 살고 있더라고요. 일용직으로 일하다 한쪽 다리를 못 쓰게 됐대요. '먹고 살기 힘들어 그랬다'며 죄송하다는 데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전과도 없고 피해 금액도 21만 원으로 작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돈은 합법적으로 벌어야겠죠."

김영주 안산단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수사관(경장)이 안산 단원경찰서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안산=임영무 기자
김영주 안산단원경찰서 사이버수사팀 수사관(경장)이 안산 단원경찰서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안산=임영무 기자

최근 가장 머리 아픈 일은 디지털 성범죄와 명예훼손 및 모욕 등이다. 성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초등학생들도 SNS 등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되는 사례가 늘어 고심이 깊다.

이 대목에서 김 경장은 "n번방 이후 모방 범죄가 오히려 늘어난 분위기"라며 "일부 언론에서 범행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도 봤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늘어나는 사이버범죄로 단원경찰서의 수사팀 규모는 4년 전보다 3배가 커졌다. 그런데도 수사관 1명이 맡아야 하는 사건이 심각할 정도로 많다. 하루에 피해자들 사건을 다 훑을 수조차 없을 정도라고 한다. 경찰에 인력 보강을 요구하기보단 사이버범죄가 줄어야 해결 가능한 문제다.

요즘은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등도 심하다. 과거 연예인에 집중됐던 악성 댓글이 최근엔 개인방송 운영자 등 일반인에게도 커다란 상처를 남긴다. 김 경장은 '피해자가 고소하면 대부분 검찰에 송치하는 추세'라고 경고했다.

사이버 세상을 수사하는 그에게는 관할 구역이란 게 없다. 범인만 특정하면 새벽 2시에 경상도든 전라도든 지방까지 내려가 아침 7시에 검거해오는 김 경장이다.

이렇듯 고단한 업무의 연속이지만 그는 사이버범죄 피해를 입었다면 적극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사기 등 금전 피해와 관련해선 간단한 예방법이 있다고 알려줬다.

"외국인 명의 계좌에는 송금하지 않기. 법인 계좌에도 안 하기. 이게 아주 중요해요.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안전거래'라고 쓰여 있어도 너무 믿지 말아야 하고요. 생각보다 불완전하거든요. 그래도 혹시 피해를 당했다면 빨리 신고해야 합니다. 계좌 지급정지 등 신속한 조치가 중요하기 때문에요. 저희 경찰을 믿고, 상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chesco12@tf.co.kr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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