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유족 "단체 만남은 어렵다고 들었다"
행안부 "의사 확인 위해 일부 접촉했을 뿐"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일부에게만 개별 면담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이동률 기자 |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 유가족 일부에게만 개별 면담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행안부는 "개개인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해명했지만, 유가족을 회유하고 일종의 '갈라치기'를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행안부는 지난달 말 일부 유가족에게 전화와 문자 등으로 접촉해 개별 면담을 제안했다. 행안부 장관실, 중대본이 운영하는 원스톱 통합지원센터 등이 유가족에게 만날 의사와 장소 등을 물었고, 연락 받은 유가족들은 거절했다고 한다.
한 참사 유족은 "지난달 23일 행안부에서 '유가족을 빠른 시일 내 뵙고 싶으니 만날 의향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찾아오겠다'는 전화가 왔다"며 "유가족이 모여있는 곳이 있는데, 단체로 만나면 안 되냐고 물으니 '그건 좀 어렵다'는 식의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막말하고 망언하는 사람(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만날 이유가 없어 거절하겠다고 담당자에게 말했다"며 "근데 그 다음날 제 얘기와는 완전히 다른 행안부 입장 기사가 나와서 정말 화가 났다"고 했다.
행안부는 지난 11월24일 중대본 이태원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비공식적으로 일부 유족과 의견 교환을 위해 접촉했지만, 지금 당장은 추모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어 유족 모임 구성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연락을 받은 유가족들 역시 '단체 만남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이동률 기자 |
비슷한 연락을 받은 유가족들 역시 '단체 만남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참사 희생자의 외삼촌 김진성 씨는 지난 11월23일 행안부 관계자에게 "장관이 만나고 싶어하는데 만날 수 있느냐. 건의사항을 들어보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 씨가 "다른 유족과 같이 만나는 거냐"고 묻자 행안부 관계자는 "아니다. 희생자 한 명의 가족만이다"라고 답했다. 김 씨가 "왜 다른 가족과는 안 되냐"고 묻자 관계자는 "그건 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행안부는 지난 7일 입장문을 통해 "유가족 모임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만나기를 원하는지, 명단공개 의향은 있는지 등 의사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개별 연락한 것"이라며 "충분한 소통과 의견수렴을 통해 유가족이 원하는 사항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족은 개별 연락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 참사 유족은 "개인적인 면담을 하자는 것 외엔 행안부에서 일체 연락 받은 게 없다"며 "소통이나 의견수렴은 하나도 말이 안 맞다. 단체는 안 되는데 개인으로는 왜 만나자는 건지도 의문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창민 민변 변호사(10·29 참사TF 공동간사)는 "단체에게 추모공간 등 여러 설명을 하는 게 행정적으로도 훨씬 편한데, 일부러 더 어려운 개별 연락을 한 것"이라며 "비효율적이지만 유가족 회유 혹은 갈라치기로 분열을 만드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은 추모공간 조성, 진정한 사과 등 이미 합치된 요구사항이 있는데 갑자기 개인의 얘기를 들으려 한다는 건 진정성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정책 절차도 유가족 참여는 완전 배제하고 있다. 하나씩 떠보듯 제안하다 잊혀지길 원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spe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