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 참사당일 '캠핑장 동선 의혹' 이유는
입력: 2022.12.05 00:00 / 수정: 2022.12.05 00:00

이태원 참사 당일 야영장 취침…체크인 기록은 없어
등산 이후 제천경찰서장·충북경찰청 관계자가 수행


윤희근 경찰청장에 관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참사 당일 동선도 포함한다. 그는 휴가를 내고 충북 제천 한 캠핑장에서 음주 후 자느라 보고를 놓쳤다고 밝혔다. 단 이마저도 석연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일부 있다./이동률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에 관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참사 당일 동선도 포함한다. 그는 휴가를 내고 충북 제천 한 캠핑장에서 음주 후 자느라 보고를 놓쳤다고 밝혔다. 단 이마저도 석연치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일부 있다./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윤희근 경찰청장까지 수사선상에 올릴지 관심이 모인다. 특수본에 따르면 윤 청장 수사가 이뤄진다면 참사 당일 동선 의혹도 포함한다. 그는 휴가를 내고 충북 제천 한 캠핑장에서 술을 마신 후 자느라 보고를 놓쳤다고 밝혔다. 다만 이마저 석연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윤 청장은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지인 4~5명과 오후 5시 30분쯤 월악산 등반을 마치고 산 밑 한 펜션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셨다. 2012~2014년 제천경찰서장 당시 알고 지냈던 사람이 운영하는 펜션이다.

펜션 주인은 "저녁 식사 전에 주말 손님 200명가량이 쓸 숯불 등을 옮기느라 분주한 상황에서 윤 청장이 인사를 드리겠다고 찾아 왔다"며 "워낙 바빠 제대로 챙겨드리진 못했는데 같이 등반한 사람들과 맥주 1~2잔 목을 축인 뒤 약 20분 만에 어디론가 떠났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지점은 윤 청장의 그 후 행적이다. 경찰청은 윤 청장이 제천 한 캠핑장에서 밤 11시쯤 잠들어 상황담당관의 11시32분 문자, 11시52분 전화 보고를 놓쳤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느 캠핑장에서 누구와 언제부터 머물렀는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월악산 등반 후 지인에 인사하기 위해 잠시 들러 간단히 맥주를 마신 한 펜션./주현웅 기자
지난달 29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월악산 등반 후 지인에 인사하기 위해 잠시 들러 간단히 맥주를 마신 한 펜션./주현웅 기자

일각에선 해당 캠핑장을 ㄷ야영장으로 특정하며 이용자 명단에 윤 청장이 없다는 의문을 제기한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역언론 '제천뉴스저널'이 지난달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이다.

제천뉴스저널은 윤 청장이 당일 송해영 제천경찰서장 및 충북경찰청 관계자 등과 함께 있었다고 보도했다. 제천서가 ㄷ야영장에서 캠핑스쿨을 열며 확보한 방으로 윤 청장을 안내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송 서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도 "청장께서 오셨다는 소식에 저녁이라도 대접할 겸 ㄷ야영장으로 모셨다"며 "등산은 우리와 관련 없어서 누구와 하셨는지 모르겠고, 야영장에서는 저를 비롯해 몇명과 같이 계시다 늦은 밤 참사 보고를 받으신 후 서울로 떠나셨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ㄷ야영장에는 윤 청장과 송 서장의 체크인 기록이 없다. 이곳 직원은 "제천서에서는 생활안전협의회(생안회)란 곳이 와서 캠핑스쿨을 열었으나 점심쯤 행사를 마치고 떠났다"며 "윤 청장과 송 서장 등이 이후에 왔다는 기록은 없다"고 말했다.

단 "기록이 없다고 해서 오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생안협의회가 남겨두고 간 숙박 공간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고, 제천서가 다른 명의로 예약한 솔막이 있다면 그곳에서 쉬었을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생안협의회는 자율방범대처럼 지역 주민들로 구성됐다. 당시 캠핑스쿨을 연 생안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윤 청장 관련 들은 얘기는 없다"고 했다. ㄷ야영장 예약 관리를 하는 월악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윤 청장, 송 서장, 제천서 등의 명의로 접수된 숙박은 없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송해영 제천경찰서장이 함께 이용했다고 추정되는 제천의 ㄷ야영장./주현웅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과 송해영 제천경찰서장이 함께 이용했다고 추정되는 제천의 ㄷ야영장./주현웅 기자

송 서장은 '누구 명의로 방을 예약했는지'와 '음주를 한 윤 청장의 운전을 누가 대신 해줬는지' 등의 질문에는 "경찰청으로 소통 창구를 일원화했다"면서 답을 피했다. 당시 함께 있었다고 파악된 충북경찰청의 모 경위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대답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청장 동선은 지난 4일 이미 공개했다"며 "제천 모 캠핑장에 있었다"고 짧게 답했다. 경찰청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 이후 동선만 공개한 상태다. 지난 9일에는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 잤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윤 청장 동선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참사 발생일은 핼러윈뿐 아니라 광화문과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 및 맞불 시위 등도 있었기 때문이다. 윤 청장이 서울을 비운 자체로도 적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특수본은 용산경찰서와 서울경찰청 수사부터 진행한 뒤 단계를 밟아 윤 청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달 8일 윤 청장 집무실 압수수색에서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 후 돌려준 상태다. 같은달 21일 브리핑에서는 "경찰청장 동선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업무상과실치사상과 직무유기 등도 검토할 혐의로 꼽힌다. 전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특수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청장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수사하라"며 "위험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업무상과실 등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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