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죽는다'…벼랑끝 몰리는 화물연대 파업
입력: 2022.12.01 00:00 / 수정: 2022.12.01 00:00

정부, 추가 업무개시명령·불법행위 엄중 처벌 거듭 강조

정부와 화물연대의 2차 교섭이 3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0여분 만에 결렬된 가운데 김명섭 화물연대 본부장이 구헌상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정부와 화물연대의 2차 교섭이 3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40여분 만에 결렬된 가운데 김명섭 화물연대 본부장이 구헌상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에게 항의를 하고 있다./임영무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총파업 7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와 화물연대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교섭은 40분 만에 결렬됐고, 정부는 '밀리면 안 된다'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민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을 노동자에 대한 탄압으로 규정하고 총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30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 임시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총파업 대오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전체 조합원이 나설 것"이라며 투쟁 계획을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화물파업이 재난이 아니라 이 정부가 재난이다. 업무개시명령은 반헌법적 폭거"라며 "화물노동자에게 계엄을 선언한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스스로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돈 몇 푼에 목숨 걸고 도로를 내달려야 하는 삶을 바꿔야 화물노동자가 안전하고 도로가 안전하다. 권리가 보장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화물노동자를 지켜달라. 파업을 지지하고 응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총력 투쟁을 선언했다. 다음달 3일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를 서울과 부산에서 동시 개최키로 했다. 오는 6일에는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총파업을 벌인다. 쟁의권이 있는 사업장은 파업으로 집중하고, 조퇴 투쟁과 간부파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각오다.

정부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며 연일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시멘트 분야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법정 제재에 들어간다"고 경고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단 세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국가경제, 민생을 볼모로 하는 악습은 그만해야 한다"며 "파업 관련 불법 행위를 엄중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언제든지 추가적인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단 세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국가경제, 민생을 볼모로 하는 악습은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동률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단 세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국가경제, 민생을 볼모로 하는 악습은 그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동률 기자

협상 테이블 역시 '밀리면 안 된다'는 기조가 반영됐다. 지난 28일 1차 면담이 결렬된 지 이틀만에 마주 앉았지만, 기존 입장만 반복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회의장 안에서는 면담 시작 후 10분이 지나서부터 고성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은 회의장을 나오며 "안전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고, 화물연대가 국가경제와 국민을 볼모로 운송 거부를 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조속히 복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은 "대화를 지속해나가는 합의 이후 정부에서 업무개시 명령 내린 것에 대해 강한 항의의 뜻을 전한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토부는 대화의 의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브리핑 직후에도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추후 교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명분 벌기용 형식적인 만남은 의미 없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가 먼저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대화에 나설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다음 일정에 대해 질문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며 "명분은 국토부가 쌓고 있지 않나. 올해 6월 사회적 합의 이후 진전있는 대책 없이 갑자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6월 안전운임제 파업 당시 사태만 봉합을 하고 미뤄둔 상태였는데, 협조를 이끌어내는 등 과정을 풀어왔으면 될 일"이라며 "정부가 적절히 대응을 못하니 강수만 두고 있다. 알아서 무릎 꿇으라는 건 사태를 굉장히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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