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강제 징집·프락치 공작 확인…피해자 187명
입력: 2022.11.23 14:46 / 수정: 2022.11.23 14:46

'밀정 의혹' 김순호 경찰국장, 다음주 조사개시 여부 결정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뉴시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장이 23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당시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군사정권 시절 학생운동하던 대학생들을 강제 징집해 고문하고, '프락치(정보원)'로 활용한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결론내렸다.

진화위는 23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집·프락치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한 뒤 당사자 187명을 인권침해 피해자로 인정했다. 강제징집 및 프락치 사건 관련 국가가 개인별 피해 사례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화위 조사에 따르면, 1970~1980년대 군사정권은 시위 전력 학생 혹은 참가 학생, 사찰 대상자들을 체포한 뒤 제적·휴학 처리하고 강제 입영 조치해 사회와 격리했다. 강제징집자 상당수는 보안사 분실에서 최대 1개월 구금돼 고문과 협박을 당했다.

또 전두환 정권 당시 국군보안사령부는 학원·노동·종교 분야 민주화 운동 조직을 와해하기 위해 강제징집된 이들에게 프락치 임무를 맡겨 관련 정보를 수집하게 했다.

진화위는 존안자료 등을 통해 확인한 강제징집 및 녹화·선도 공작 관련자가 총 2921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개인별 존안자료에는 유시민, 박래군, 이강택, 오동진, 윤영찬, 기동민 등 유명인과 국회의원도 포함됐다.

정근식 진화위원장은 "국가가 국방의 의무를 악용하고 전향을 강요했다"며 "2007년 국방부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이 사건을 위법행위로 규정하고 사과를 제안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정부와 관계 부처는 사과하지 않고, 피해회복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진화위는 현재의 행정안전부와 행안부 경찰국, 경찰청은 과거의 잘못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국방부에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 및 배·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피해회복을 실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진실규명은 2020년 12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접수된 207명에 대해서 이뤄졌고, 나머지 20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밀정 의혹을 받는 김순호 경찰국장에 대한 내용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뉴시스
이번 진실규명은 2020년 12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접수된 207명에 대해서 이뤄졌고, 나머지 20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밀정 의혹'을 받는 김순호 경찰국장에 대한 내용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뉴시스

이번 진실규명은 2020년 12년부터 지난 7월까지 접수된 207명에 대해서 이뤄졌고, 나머지 20명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밀정 의혹'을 받는 김순호 경찰국장에 대한 내용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8월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는 김 국장의 의혹을 밝혀달라며 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고, 같은 달 김 국장도 자신 역시 녹화공작 피해자라는 취지로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정 위원장은 "다음 주쯤 김 국장 관련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일반 강제징집 녹화공작 사업 피해자와 같은 양식으로 조사가 이뤄진다. 피해자로서 신청인의 문제와 가해자로서의 문제가 병존하기 때문에 어떻게 균형있게 작업할지 숙고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제징집·프락치 사건 피해자들은 진실규명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국가의 사과를 촉구했다.

조종주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 사무처장은 "이 사건의 본질은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저항했다는 이유로 군대 끌려가 죽을 고비 넘긴 것"이라며 "활동을 쭉 해오면서 가시적으로 첫 성과가 나온 거 같아 대단히 기쁘다"고 말했다.

피해자 김용신 씨는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고, 거기서 인생이 파탄났다. 다시 기억을 떠올리는 지금도 가슴이 찢어진다"며 "이 심경을 공감해줘야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된다. 국가 단위의 명확한 사과 없으면 진실과 화해라는 아름다운 말만으로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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