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거짓말 하나 …'남탓' 얼룩진 이태원 참사 책임
입력: 2022.11.22 00:00 / 수정: 2022.11.22 00:00

'서울청'vs'용산서' 기동대 요청 여부로 논쟁
지하철 무정차 요청 놓고도 '경찰'vs'교통공사'
관광특구연합회도 일부 책임…침묵


국가 애도 기간이 지났음에도 계속되는 이태원 추모행렬은 이어지고 있다./이동률 기자
국가 애도 기간이 지났음에도 계속되는 이태원 추모행렬은 이어지고 있다./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이태원 참사 책임론으로 논란에 휩싸인 기관들이 면피에 급급한 모습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및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까지 잘못을 상대 쪽에 돌리며 자신들의 책임은 축소하려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는 이번 주 주요 피의자 조사를 마무리한다. 국회에서도 야당 주도의 국정조사 추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 기동대 요청했다는데…실무진 '누락' 가능성도

현재 가장 큰 논란은 참사 당일 서울 용산경찰서가 기동대를 요청했는지다. 이임재 전 용산서 서장은 지난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일 2차례 이상 넉넉한 규모의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으나 서울경찰청에서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서울청 입장은 다르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지난 21일 "서울청 112상황실과 경비과 등 관련 부서에 재확인했으나 용산서로부터 경비 기동대를 요청받은 적은 없었다고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감찰 조사와 수사에서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전 서장 주장대로라면 파장이 거세질 수 있다. 서울청의 책임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 내부에서도 진실을 놓고 관심이 크다. 특히 경찰의 통상적인 업무 방식에 비춰보면 사실관계 파악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경찰 한 간부급 인사는 "원칙적으로는 기동대 요청이 공문 등 공식 경로를 통해 이뤄지는 게 옳지만, 현실에서 공문은 최종안 조율이 이뤄진 이후 근거로 남기기 위한 문서로 존재할 뿐"이라며 "'폴메신저' 등 내부용 메신저로 24시간 실시간 소통이 이뤄지므로 이를 먼저 파악하고, 없다면 유선 기록 등을 확인해 통화 내용을 추궁하는 순서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수사가 생각보다 까다로울 수 있다. 또 다른 경찰 인사는 "서울청과 이 전 서장의 상반된 주장이 전부 사실일 수도 있다"며 "이 전 서장은 기동대를 요청했으나, 용산서든 서울청이든 실무진이 위급성을 낮춰 판단하다 누락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특수본이 서울청과 용산서 실무진 조사를 더욱 확대할 수도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2년 이태원 핼러윈 행사의 안전통제 계획’을 보면 서울청은 이태원 인근 인파 집중으로 과도한 혼잡 발생 시 지하철 무정차 통과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용산서도 이태원역장 및 이태원 상인 등과 진행한 간담회 결과 보고서에서 같은 내용을 썼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제공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7~2022년 이태원 핼러윈 행사의 안전통제 계획’을 보면 서울청은 "이태원 인근 인파 집중으로 과도한 혼잡 발생 시 지하철 무정차 통과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용산서도 이태원역장 및 이태원 상인 등과 진행한 간담회 결과 보고서에서 같은 내용을 썼다./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 제공

◆ '경찰'vs'교통공사' 팽팽…핼러윈 무정차 전례는 없어

참사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논쟁도 팽팽하다. 용산서는 인파를 분산하기 위해 지하철 무정차를 요청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사실무근이라며 단호한 입장이다. 양측은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약 37분 전인 밤 9시38분쯤 통화를 나눈 사실은 인정하되 무정차에 관한 대화 내용이 있었는지를 놓고 엇갈린 증언을 내놓는다.

단 경찰의 경우 애초 무정차를 고심한 흔적은 엿보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17~2022년 이태원 핼러윈 행사의 안전통제 계획'을 보면 서울청은 "이태원 인근 인파 집중으로 과도한 혼잡 발생 시 지하철 무정차 통과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용산서도 이태원역장 및 이태원 상인 등과 진행한 간담회 결과 보고서에서 같은 내용을 썼다.

반면 서울교통공사는 실제 접수된 무정차 요청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지하철 무정차는 역장과 종합관제단이 보고 및 협의과정을 거치고, 관제운영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체계적 절차를 거쳐 결정하지만 경찰의 관련 요구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사고 당일은 물론 그 이전부터도 논의가 없었다고도 강조한다.

<더팩트>가 확인한 서울교통공사의 '최근 5년 경찰 포함 유관기관 요청에 따른 지하철 무정차 사례'를 보면 실제 핼러윈 때 지하철이 이태원역에서 무정차한 전례는 없었다. 2017~2019년 경찰 요청에 따라 서울 여의도 세계불꽃축제, 2020~2021년 각각 개천절과 한글날 서울 도심 집회, 올해는 세계불꽃축제로 무정차한 게 전부다.

서울교통공사측은 "무정차는 대외기관과 연계할 경우 출입구 통제 등 사전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며 "그에 따른 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전에 기관 간 공문 협조 요청을 받아 충분한 준비를 갖춘 뒤 무정차를 실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핼러윈에서 이런 절차는 없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경찰청의 ‘2022년도 용산서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결과’ 보고서에서는 해당 연합회가 용산서에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했다고 나온다./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경찰청의 ‘2022년도 용산서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결과’ 보고서에서는 해당 연합회가 용산서에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했다고 나온다./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 '경찰 배치 자제 논란' 관광특구연합회, 각종 논란에 '침묵'

일각에선 이태원 상인들로 구성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로 시선을 돌린다. 용 의원실에 따르면 용산서의 핼러윈 이태원역 무정차 검토는 지난달 25~27일 해당 연합회 등과의 간담회에서도 거론됐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어떻게 증언할지는 중요한 요소다.

연합회는 기동대 투입 문제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경찰청의 '2022년도 용산서 이태원 핼러윈 대비 관계기관 간담회 결과' 보고서에서는 해당 연합회가 용산서에 '경찰력 배치 자제'를 요청했다고 나온다. 그러나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측은 '제복 경찰 배치 자제'를 의미할 뿐 경찰 배치 자체를 요구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동대는 제복 착용이 기본이다. 또 핼러윈 이전부터 경찰 및 지자체와 안전 등 여러 논의를 진행해온 이 연합회도 미흡한 사전 준비에 따른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나긴 힘든 입장이다. <더팩트>는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측에 '경찰의 무정차 검토 여부' 및 '기동대 투입 논의' 등을 질의하려고 통화를 시도하고 메시지 등을 남겼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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