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낭만 즐기되 타인의 개입은 부담
남의 시선 의식않고 연예인 화보 만들듯
"자기 표현 강조하는 MZ세대 특징"
MZ세대 사이에선 '셀프 사진관'이 뜨고 있다. 언뜻 일반 사진관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촬영해주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사진을 찍고, 기계로 보정을 직접 할 수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MZ세대에겐 큰 차별점이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한 셀프사진관 내부 모습./조소현 인턴기자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과거에는 골목마다 사진관이 있었던 것 같은데…"
가족사진이나 증명사진 등을 찍으려면 아무런 고민 없이 골목 사진관으로 향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예전만큼 사진관이 눈에 띄지 않는다. 스마트폰 카메라 '최소 2억 화소' 시대라지만 '폰카'로 찍는 이들도 주변에선 찾기 힘들다.
MZ세대 사이에선 '셀프 사진관'이 뜨고 있다. 언뜻 일반 사진관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촬영해주는 사람이 없어 스스로 사진을 찍고, 기계로 보정을 직접 할 수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MZ세대에겐 큰 인기다. 왜 그럴까.
지난 16일 <더팩트>가 찾아간 서울 마포구 한 대학가. 셀프 사진관에서 사진 찍는 청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촬영 전 스튜디오에 배치된 머리띠들을 신중하게 고르고 고데기로 머리를 손질하기도 했다. 촬영 후 인쇄된 사진을 들고 셀카를 찍는 사람도 있었다.
부산에서 수학여행을 왔다는 김현수(18) 씨는 "여행 온 김에 찍게 됐다"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은 손에 잡히지 않지만 인화된 사진은 방에 걸어 둘 수도 있고 모으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 사진관은 왠지 부담스럽다고 한다. '아날로그는 경험해보고 싶지만, 남이 찍어주는 건 부담스럽다'는 게 셀프 사진관을 선호하는 이유다. 아날로그의 '낭만'은 즐기되 타인의 개입은 원치 않는다는 의미다.
간혹 마음에 안 드는 사진이 찍혀도 그 자체가 재미다. 대학생 윤혜진(23) 씨는 "제한된 시간 안에 빠르게 자세를 취하고 그 과정에서 못 나온 사진은 못 나온 대로 추억이 된다"며 "아날로그의 감성과 셀프 사진관만의 현장감이 있다"고 즐거워했다.
윤 씨는 또 "사진관에 가서 찍는 사진은 너무 각 잡고 찍는 느낌이라 부담스럽다"며 "셀프 사진관은 캐주얼하고 가격 부담마저 없다"고 했다.
셀프 사진관 사진이 어쩐지 더 잘 나온다는 느낌도 든다. 이설(24) 씨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더 예쁘게 나오는 것 같다"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연예인처럼 화보를 찍는 것도 재밌다"고 강조했다.
MZ세대 사이에선 셀프 사진관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창구다. 특히 사진 촬영을 위해 단 한 곳만 들르지 않고 여러 셀프 사진관을 돌며 자신을 드러낸다.
10대 김세린 씨는 "셀프 사진관 ㅇ브랜드는 다양한 프레임을 고르는 재미가 있고, ㅍ브랜드는 스튜디오가 넓고 흑백 사진이 잘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ㅎ브랜드가 피부톤 보정이 좋아 가장 힙하다"며 "여러 군데서 찍어서 비교해보는 재미가 크다"고 했다.
어느 시대든 젊은층은 기성세대보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했다. 그러나 MZ세대는 이를 드러내기 위한 과정까지 중요하게 여긴다는 특징이 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한 셀프 사진관 내부 모습./조소현 인턴기자 |
어느 시대든 젊은층은 기성세대보다 자기표현 욕구가 강했다. 그 중에서도 MZ세대는 이를 드러내기 위한 과정까지 중요하게 여긴다는 특징이 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박사는 "젊은 사람들은 사진이 잘 나오는 것 외에도 사진관 사장님과의 교류보단 주도적으로 콘셉트를 잡고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 자체에 흥미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특히 "최근 흥미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젊은 세대는 연인이랑 데이트를 하더라도 돈을 내고 메이크업을 받는다"면서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요즘 소비 트렌드' 저자 노준영 작가도 "MZ세대는 자신의 기준·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세대"라며 "셀프 사진관의 경우 각자 원하는 표정과 아이템을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기준을 반영하는 폭이 크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셀프 사진관에서 저마다의 독창적인 사진은 희소성까지 갖췄기 때문에 개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밝혔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