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절차도, 시기도 문제"
입력: 2022.11.16 00:00 / 수정: 2022.11.16 00:00

명단공개 매체 잇따라 고발…"형사처벌 가능성 낮아"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오후 '이태원 압사 참사' 추모공간이 마련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이태원 참사' 피해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한 인터넷 매체와 유튜브 채널에 대한 형사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추모와 애도의 목적으로 실명을 공개했지만, '2차 가해' 우려와 함께 절차·시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터넷매체 '민들레'는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협업을 통해 이태원 참사 피해자 155명 전체 명단이 적힌 포스터를 지난 14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명단은 가나다순으로 나열됐고, 외국인 희생자들 이름도 포함했다.

민들레 측은 "지금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와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공개해 왔으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며 "여러 외신은 국내외 희생자 상당수의 사진과 사연을 유족 취재를 바탕으로 실명으로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한 명단은 다른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 없이 이름만 기재해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는다"며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15일 이들이 수정한 명단에는 16명의 이름이 지워진 상태다. 민들레는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 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는 곧장 성명을 내고 우려를 표했다. 일부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게 법률 대리를 위임받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개인의 인격과 내밀하게 연결된 프라이버시의 공개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희생자 유족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명단공개 철회를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쟁점보다는 피해자 중심의 관점에서 유가족의 동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한다./이동률 기자
전문가들은 법적 쟁점보다는 피해자 중심의 관점에서 유가족의 동의가 필요했다고 지적한다./이동률 기자

고발도 이어졌다. 이종배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이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민들레와 더탐사를 고발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팬카페인 건사랑과 보수단체 새희망결사단도 같은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출한 공무원의 행위가 공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한다며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사준모는 "참사 사망자 및 부상자와 관련한 명단 등 인적 정보는 담당 공무원만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법리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형사처벌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다만 법적 쟁점보다는 피해자 중심의 관점에서 유가족의 동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모 목적이지만 섣부른 명단 공개가 되레 애도를 왜곡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개인정보는 '살아있는 개인'의 것으로 보는데, 망자라 하더라도 유가족의 정보로 볼 여지는 있다"면서 "국민 관심이 큰 참사라 어떻게 볼지 논란이 있을 듯하다. 법리적으로 형사보다는 손해배상 등 민사가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절차상 문제뿐 아니라 유가족 의사도 추정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시기적으로도 성급했다"며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인 만큼 책임을 묻고 진상규명 촉구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한데, 굳이 피해자 명단공개 형식을 취한 건 안타깝다"고 했다.

다만 "고발 대상이 될 정도는 아니다. 모든 걸 형사처벌 등 법의 문제로 돌리려고 하는데, 이건(명단공개) 사회 윤리적인 문제"라며 "해당 매체가 창간기념에 맞춰 공개했다는 점도 정치적, 상업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진보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진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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