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자르기' 뭇매 맞는 특수본…고위직 수사 '뜸들이기'
입력: 2022.11.15 00:00 / 수정: 2022.11.15 00:00

용산서 계장·서울시 과장 숨진 채 발견…"실무자만 턴다" 비판
"기초 사실관계 확인 후 수사 범위 확대" 진화 나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이태원 참사 현안보고에서 인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이태원 참사' 현안보고에서 인사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수사를 받던 서울 용산경찰서 간부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일선에서는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에게 고발당해 절차상 입건될 예정이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특수본은 전날 이른바 '보고서 삭제 의혹'을 놓고 용산서 정보과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수본은 같은 날 용산서 상황실과 용산구청·용산소방서 직원들도 불러 조사했다. 이번 주 안에 김모 전 용산서 정보과장을 조사할 방침이다.

2주 가까이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특수본은 현재 '보고서 삭제 의혹'과 '무정차 요청 논란', '해밀톤호텔' 등 곁가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합동감식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윗선'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다.

지난 11일 참사 당시 용산서 정보계장 정모(55) 경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경감은 김 전 정보과장과 함께 인파가 몰릴 것을 우려한 정보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이른바 '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아 증거인멸과 직권남용,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그러나 특수본은 '윗선'으로 의심받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은 진술이 엇갈린다며 입건하지 않았다. 정 경감이 숨진 날 수사 대상이 아니었던 서울시 안전총괄실 안전지원과장 A씨도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일선만 압박한다는 비판에 힘이 실렸다.

특수본은 김 전 과장을 조사한 뒤 박 부장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곁가지' 수사도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경감은 숨진 채 발견되기 전 가족들에게 "고의로 삭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정 경감이 중압감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청장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다. 결국 지금까지 경무관급 이상은 전무한 채 실무진만 입건된 셈이다. 다만 특수본은 기초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수사 범위를 넓히겠다는 입장이다. 윤 청장은 14일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일선에 (책임을) 돌린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지난 13일 기초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비극적인 사고로 모두 답답하고 심통한 심정일 것으로, 진상 규명에 요구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냈다. /최의종 기자
특수본은 지난 13일 "기초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비극적인 사고로 모두 답답하고 심통한 심정일 것으로, 진상 규명에 요구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냈다. /최의종 기자

특수본은 지난 13일 "기초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 범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비극적인 사고로 모두 답답하고 심통한 심정일 것으로, 진상 규명에 요구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냈다.

우선 주무부처 행안부 이상민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당한 상태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지난 1일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고, 수사3부에 배당됐다.

소방공무원 노동조합도 14일 이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특수본에 고발하면서, 향후 특수본과 공수처 사이 교통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우선 공수처법에 따라 통보하고 수사개시 여부 판단을 받아볼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특수본 수사가 마땅하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특수본은 "업무상과실치사는 통보할 필요가 없으나, 법리 검토를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고발 사건과 별개로 특수본은 2주 가까이 행안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매달리고 있다. 특수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경찰의 상황 조치에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지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령을 검토 중"이라며 "경찰국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법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이 장관이 공수처 수사 대상이기는 하나 업무상과실치사·상은 대상이 아니라서, 수사의 연속성과 참사 본질 자체를 고려할 때 공수처보다는 특수본에서 수사를 이어가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면서도 "다만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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