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참여연대 "참사 당시 국가 부재…세월호와 마찬가지"
입력: 2022.11.08 20:56 / 수정: 2022.11.08 20:56

"국가가 위험 방치…법적 책임 피할 수 없어"

정부의 이태원 참사 대처 논란 속에 시민사회단체가 당시 이태원 현장에선 정상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이선화 기자
정부의 '이태원 참사' 대처 논란 속에 시민사회단체가 "당시 이태원 현장에선 정상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정부의 '이태원 참사' 대처 논란 속에 시민사회단체가 "당시 이태원 현장에선 정상적인 행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용산구, 경찰, 행정안전부가 법적 책임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8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험이 목전에 닿고,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국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정부의 무능, 무책임의 민낯을 보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월호 때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 타워가 아니라고 했는데, 이번 이태원 참사도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고 했다"며 "단순한 기시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사라졌다는 부재를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판단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대사회에서 재해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맡고 있다"며 "이번 참사의 경우 대응 당시 구체적인 행위에 대한 책임이 추궁돼야 하고, 사전에 할 수 있는 일을 소홀히 하는 등 정치적 책임도 추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법적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오민애 변호사(민변 10.29 참사 대응 TF 공동간사)는 "주최자 없는 행사라고 해서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가 안전조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게 정당화되진 않는다"며 "관련 법 역시 안전문화를 증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행안부를 포함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민 변호사(민변 10.29 참사 대응 TF 공동간사)는 "이전 핼러윈 행사는 매뉴얼대로 움직였지만, 이번 행사 때는 경비 경찰 한 명도 배치 안 됐다"며 "국가가 위험을 방치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서울청장, 용산서장 등 현장 지휘감독자도 위험 발생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용산서가 인파 밀집을 경고하는 취지의 정보 보고서를 삭제 내지 강요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위험 발생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요 증거 중 하나를 인멸하려 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법률지원 계획도 밝혔다. 하주희 민변 사무총장은 "국가배상 소송을 한다는 전제 아래 이 사건 진상규명 과정을 보면서 필요한 법률적 조치를 할 예정"이라며 "피해자들이 연락하면 충분히 조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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