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와 물로 연명…221시간 버텨 기적 만들어낸 봉화 광부
지난 4일 봉화 아연광산 고립자가 극적으로 구조돼 동료들과 포옹을 하고 있다/경북소방본부 제공 |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외국인들도 인정한 '한국의 커피'이지만, 어느 순간 평범함과 당연함에 속아 저평가되는 듯했다.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오며 찾는 사람들 또한 많이 줄었다. 그랬던 K-커피믹스가 경북 봉화군 광산매몰 사고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며 재조명되고 있다.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에서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지난 4일 밤 극적으로 구조됐다. 사고 발생 열흘 째이자 무려 221시간 만에 가족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하 190m 갱도에 갇혔던 광부 2명이 큰 부상 없이 무사히 생환할 수 있었던 건 작업 투입 시 챙겼던 '커피믹스' 30봉지 덕분이었다. 두 사람은 비닐로 천막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며 221시간을 버텼다. 또한 물 10ℓ 정도와 커피믹스, 지하수 등으로 연명할 수 있었다.
당국 관계자는 "커피믹스를 밥처럼 먹으며 버텨냈다고 한다"고 전했는데, 사실상 커피믹스가 이들의 굶주린 배와 영양소를 채워준 셈이다.
실제로 두 사람의 주치의인 경북 안동병원 신장내과 방종효 과장은 5일 브리핑에서 "구조가 이렇게 늦게 될지 모르고 커피믹스 30봉지를 3일에 걸쳐 나눠서 식사 대용으로 먹었다고 한다"며 "그게 아마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믹스는 높은 칼로리로만 잘 알려져 있는데, 사실 그만큼 필수 영양소도 고루 들어가 있다. 가정집과 사무실 등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1개 기준으로 열량 50㎉, 탄수화물 9g, 당류 6g, 지방 1.6g, 나트륨은 5㎎, 포화지방 1.6의 성분이 포함됐다. 단백질과 콜레스테롤, 트랜스지방은 없다.
당분 함량이 높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서 열량을 공급하기에 좋았던 데다, 설탕의 단당류가 몸에 즉시 흡수되며 열까지 내 추운 지하에서 버틸 수 있었다. 또한 당과 카페인이 함께 작용하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힘과 기운도 나게 만들었다.
실제 이러한 이유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커피믹스를 필수품처럼 챙기곤 한다. 그리고 이번 사고에서 기적을 만들어내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비상식량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온라인과 SNS상에서는 저혈당 등 커피믹스가 도움이 됐던 상황들도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다. 한동안 간과됐던 커피믹스의 위력이 재조명된 셈이다.
사고에서 돌아온 두 사람은 현재 안동병원에서 건강을 회복 중이다. 주치의는 "빠르면 수일 내에 퇴원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