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원 교수 "전형적인 압사사고…심장 돌아와도 뇌손상 우려"
압사사고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최대 10분 정도인데, 그 시간 내 의료진이 현장에 도달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압사사고는 '예방'이 최우선이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최대 10분 정도인데, 그 시간 내 의료진이 현장에 도달하는 건 어렵기 때문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최초로 현장에 도착한 구급차가 소방서에서 출동해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기까지는 약 1시간 반이 걸렸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4일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안타깝지만 이태원 참사는 압사사고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2007년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사고의 임상적 고찰' 논문을 대한응급의학회지에 게재했다. 압사 연구분야 국내 최초 논문이기도 하다.
2005년에 일어난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사고는 이태원 참사와 비교된다. 당시 가요프로그램 녹화 직전 운동장 진입을 위해 서있던 시민들은 갑자기 출입문 하나가 열리자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출입구가 경사로인 탓에 11명이 숨지고 100여 명 넘게 다쳤다.
이 교수는 "압사사고는 일시에 많은 사람이 심정지가 오게 되는데, 구급대는 순차적으로 도착하니 시간이 걸린다"며 "아수라장이 된 현장엔 접근마저 어렵다. 두 참사 모두 압사사고의 전형적인 모습이지만, 희생자 수를 보면 이태원 참사는 정말 이례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실제 이태원 압사사고 당시 한 시간 정도 인파에 끼어있다가 살아나 흉부 불편감을 호소하며 온 환자가 있었다"며 "그분이 말하길 ‘현장에 어느 유명인이 왔다’고 한 뒤부터 확 쏠림이 생겼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 논문에는 서로 기대고 밀치며 발생하는 외력, 군중이 쇄도를 일으키게 하는 정보, 협소한 공간 등이 압사사고 발생 요인이라고 적혀있다. 이 교수는 "유명인이 왔다는 얘기, 앞에선 '뒤로', 뒤에선 '밀어' 등 이런 것들이 쇄도를 일으키게 하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이경원 교수는 2007년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사고의 임상적 고찰' 논문을 대한응급의학회지에 게재했다. 압사 연구분야 국내 최초 논문이기도 하다./이경원 교수 제공 |
이태원 참사 당시 이 교수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서 의료 당직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시에서도 대응이 안 되니 경기도와 인천 소방까지 응급요청을 했다"며 "구조를 해야 구급을 하는데, 구조 시간이 또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 중인 환자를 걱정했다. 이 교수는 "심정지 이후 어느정도 지나 CPR(심폐소생술)로 심장이 돌아온 분이 있을 텐데,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 때도 그런 환자들이 있었다"고 했다.
유가족과 참사 현장 목격자 등에 대한 심리 치료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상주 압사사고 유가족에게 불안, 불면, 공황장애 등이 왔다"며 "이태원 현장 생존자, 유가족, 구급 활동에 참여한 사람, 목격자 등 가능하면 심리치료를 받는 게 좋다. 정부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7년 전 사고와 비교하면 재난응급 의료는 많이 발전했다"며 "그 당시엔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DMAT(응급의료팀)이 없었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14개 팀이 출동했다. 바로 현장 응급의료소를 꾸려 구급에 나서는 등 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분류, 처치, 이송을 나름대로 잘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희생자가 150여 명이나 된다. 가까운 병원에 심정지 환자가 몰리기도 했다"며 "기대하고 훈련했던 것만큼 매끄럽게 되진 못했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지 잘못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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