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출동경찰 37%가 형사 부서…전년 대비 기동대 급감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데이 대응방안'을 대비하면서 안전, 질서 유지보다 마약 등 범죄 수사·예방에 초점을 둔 정황이 드러났다./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경찰이 '이태원 핼러윈 데이 대응방안'을 대비하면서 안전, 질서 유지보다 마약 등 범죄 수사·예방에 초점을 둔 정황이 드러났다. 평소보다 인파 운집이 극심할 것이란 내용을 파악하면서도 정작 밀집 우려에 따른 사고 대비는 없었다.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용산서는 지난달 29일 이태원에 경찰 총 137명을 투입했다.
교통기동대 20명, 교통과 6명, 생활안전과 9명, 112상황실 4명, 외사과 2명, 형사과 50명, 여성청소년과 4명, 이태원파출소 32명, 관광경찰대 10명이다. 이 가운데 약 37%가 마약사범 등 기타 범죄를 수사하는 형사 부서 사복 경찰관이었다.
지난해 핼러윈 때 가용 경력은 230명이었다. 경찰기동대 3개 중대를 별도 배치해 방역치안(120명), 교통단속(17명), 단속지원(52명) 등으로 나눴다. 형사 부서의 경우 특별 예방순찰팀(20명)에 포함됐고, 이마저도 강력‧형사 각 1개팀, 외사(5명)와 미군(5명)을 포함한 숫자였다.
서울청과 용산서의 올해 핼러윈 대응 문건 역시 강력범죄와 위법행위를 주로 담았다. 서울청은 '폭행, 주취 난동 등 무질서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방송, 시민 불안요소로 작용할 우려' '다중 밀집 장소에서 강제추행・치기절도 등 범죄, 모의총포 소지 등 위법행위 발생 증가'를 적었다.
용산서는 곳곳에 인파 운집으로 무질서와 사건・사고가 빈발한다고 언급하면서 담당구역별 예방순찰과 클럽 등 대상으로 마약사범 예방・단속활동을 병행한다고 했다. 또 서울청과 마찬가지로 마약사범, 불법 모의총포 소지, 과다노출 등 사건 처리를 예고했다.
교통혼잡 유발행위 예방 등 질서유지는 기동대 1개 제대(약 20명)를 4개소에 2명씩 배치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다만 대통령실 근처 삼각지역 집회 관리가 끝난 뒤 오후 10시에 넘어오는 방식이었다.
2일 오전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골목에 붉은색 무단 가건물이 설치돼 있다.이선화 기자 |
핼러윈 질서유지를 위해 지난달 26일 용산서, 용산구청, 이태원역장, 이태원상인연합회 간 간담회도 열었다. 국회 행안위 소속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은 상인연합회에 마약・불법촬영・성범죄 등 예방・단속활동에 적극 협조를 당부했다.
혼잡 방지를 위해서는 자체 가드(안전요원)를 충분히 배치하는 등 자정노력을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과 경찰은 주로 마약 단속이나 수사에 특수성이 있지만, 현장에서 취객이 싸우거나 성추행 등이 일어나면 구분하지 않고 투입된다"며 "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할지는 예상을 못했던 부분이고 충분히 대비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핵심 지역 출입 통제, 인파 관리 등 선제 조치가 필요했는데 부족했다"며 "경찰 혼자서는 역부족이고 지자체가 나서서 소방과 함께 역할 분담을 했어야 하는데, 구청의 인식도 안일했다"고 지적했다.
질서유지 등 경력 배치가 전년보다 줄어든 이유도 말이 엇갈린다. 경찰은 "올해 거리두기가 해제됐으니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는 상인연합회의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인연합회 측은 "말도 안 된다"며 "기동대 200명이 온다고 하니 기동대 차량이 도로에 쭉 서있으면 시민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고 교통도 막히니까 안 보이는 곳에 주차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상인연합회는 지역 주민인데, 발언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가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평소 업무를 협조하는 서울교통공사(이태원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spe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