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때와 같은 충격”…주요 대학들 학내 분향소 마련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로 희생된 20대 청년들이 100명이 넘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분향소를 마련하고 예정된 축제를 취소하는 등 추모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한양대 내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안정호 기자 |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지난달 29일 밤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로 희생된 20대 청년들이 100명이 넘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분향소를 마련하고 예정된 축제를 취소하는 등 추모가 계속되고 있다.
2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다수의 대학들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피해 상황을 취합했다. 대학 총학생회는 SNS를 통해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로 외국인 유학생 등 3명의 희생자들이 재학 중이던 한양대는 캠퍼스 내 분향소를 마련해 학생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전 학내 분향소를 찾은 재학생 김모(22) 씨는 "이번 이태원 압사 참사도 지난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런데 이같은 사고가 재발됐으니 제대로 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모(29) 씨는 "언론 보도처럼 (사고발생) 1~2시간 전부터 시민들의 제보가 있었는데 조치가 없었다는 것은 결국 정부가 손 놓고 있었다는 반증 밖에 안 된다"면서 "관련 지자체장 등의 언행에서 일관되게 자신들은 책임이 없고 몰랐다는 등 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곳에 간 시민들은 당연히 잘못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는 전날인 지난달 31일부터 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김태현 한양대 총학생회 부회장은 "학교 차원에서 분향소가 설치됐고 총학에서 운영을 맡게 됐다"면서 "또래 청년들의 사고 소식에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로 희생된 20대 청년들이 100명이 넘는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분향소를 마련하고 예정된 축제를 취소하는 등 추모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한양대 내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안정호 기자 |
2명의 외국인 유학생 희생자가 재학 중이던 중앙대도 고인이 다니던 대학원 앞에 분향소가 마련됐다. 중앙대 관계자는 "1일 오후부터 분향소를 마련한 상태"라며 "(관계 당국의) 확인 후 돌아가신 분들의 시신을 본교 대학병원으로 모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도 이달 예정된 큰 행사는 없지만 학과별 행사를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전달한 상황"이라고 했다.
대학원생 희생자 1명이 다니던 고려대도 학내 2곳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인문·사회계 쪽과 자연계 쪽에 학생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분향소가 설치됐다"며 "모든 행사는 애도기간 중 자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도 소속 어학당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 희생자가 나오면서 분향소를 마련했다. 연세대 관계자는 "주초 예정됐던 음악회 등 행사를 모두 연기하고 있다"고 했다.
대전의 한 대학에서도 재학생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2~3일 예정된 대동제를 연기했다. 대학 관계자는 "유족들이 학내에 분향소를 마련하는 것을 원치 않으셔서 설치하지 않았다"면서 "대동제 등 학내 행사는 무기한 연기했다"고 말했다.
3년 만에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중간고사 기간 이후 시끌벅적할 것으로 기대했던 대학가는 침울한 분위기다.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이날 애도 성명을 내고 "20대가 다수인 희생자들은 중·고교 시절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큰 아픔을 겪은 세대이며 지난 3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파행적인 학교생활을 하며 지적·정서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세대"라며 "꽃다운 젊은이들을 애도하며 그들의 영전에서 우리는 대학 선생으로서 깊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참사가 터진 지 3일째인 지금도 정부의 책임자 중 그 누구도 책임을 통감하며 피해자와 유족,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는 이가 없다"며 "정권이 불과 만 6개월에 접어드는 때 터진 참사의 의미를 집권층은 깊이 되새기며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vividocu@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