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유실물센터 마련…오는 6일까지 운영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유실물센터에 유실물들이 놓여있다. /박헌우 인턴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 생존자 장모(22) 씨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어렵게 서울 용산구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마련된 유실물센터를 찾았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부터 오는 6일 오후 6시까지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유실물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체육관 1층에는 이태원 참사로 발생한 유실물 가방 124개와 옷 258벌, 신발 300켤레, 기타 전자 제품 외 156개 등이 회색 천위에 널려 있었다. 참사 당시 급박함을 알리듯 여러 종류 유실물이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패딩이나 재킷, 카디건, 모자, 목도리 운동화, 구두 등 의류와 신발을 비롯해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일회용카메라 등도 있었다. 하얀색 옷들은 참사 당시 상황을 알리듯 까만 때가 타 있었다. 주인을 찾지 못한 휴대전화가 계속 울리기도 했다.
오전 10시19분쯤 가방과 지갑을 찾고자 센터를 방문한 장 씨는 10분가량 센터를 돌아본 뒤 가방만 찾은 채 귀가했다. 취재진을 만난 장 씨는 지갑은 찾지 못했다고 했지만 당시 상황을 회상하면 "살아남은 데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장 씨는 "가게에서 나올 때 이미 거리에 사람이 많고 여자 몇 분은 쓰러져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휩쓸려 골목으로 갔다. 운 좋게 하반신만 깔렸고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아래와 위부터 빼내면서 오후 11시가 돼서야 구조됐다"고 설명했다.
가방과 지갑도 인파에 휩쓸리면서 잃어버렸다고 한다. 장 씨는 "사람들이 빼주려고 했는데 다른 물건을 잡을 새가 없다고 말해 잡고 있던 가방과 지갑을 놓쳤다"며 "정신을 잃지 말라며 물을 뿌려주거나 얼굴을 만져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 씨가 귀가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은 '스마트워치'였다. 사고 직후 아버지에게 연락이 닿았고, 비명만 들린 채 말이 들리지 않은 것에 문제가 생겼다고 직감했다고 한다. 먼저 구조된 친구가 아버지와 연락하면서 가까스로 이태원을 빠져나왔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이틀이 지난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에서 한 시민이 헌화를 한 후 묵념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장 씨뿐만 아니라 이날 여러 유족과 생존자들이 센터를 찾았다. 오후 1시41분쯤 센터를 방문한 유족들은 사망자의 검은색 외투를 찾았다. 외투를 찾자마자 어머니는 외투를 껴안으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딸이 어머니를 안고, 아버지도 눈시울을 붉혔다.
생존자인 조모(23) 씨는 참사 당시 잃어버린 운동화를 찾기 위해 오후 3시쯤 센터를 찾았다. 그는 "친구 4명과 가서 모두 껴있었다. 친구들이 유실물을 찾았다고 메신저를 통해 보내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골절 정도는 아니지만 외상이 좀 있다"고 설명했다.
유실물 정보는 '로스트112(경찰청 유실물 종합관리시스템)'에서 공개된다. 사고 현장에서 수거한 신분증과 휴대전화는 용산경찰서 형사과가 별도 보관하고 있다. 다만 분류가 어려웠던 일부는 유실물센터에 있다. 관련 문의는 용산서 생활질서계에서 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쯤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옆 골목에 핼러윈을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일 오전 기준 156명이 사망했고 중상 29명 등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 외국인 사망자는 이란, 중국, 러시아 등 14개국 출신 26명이다.
사고 직후 경찰청은 서울경찰청 수사본부를 꾸리고, 사고 경위와 원인 등에 수사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이태원 참사에 무한책임을 통감한다며,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판단하고 관할인 용산경찰서 감찰 및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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