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넷 성실했던 장녀에게…"아빠가 잘해주지 못 해 미안해"
입력: 2022.11.01 00:00 / 수정: 2022.11.01 12:19

'다치기만 해라' 기다렸건만
10·20대 발걸음 이어진 장례식장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이동률 기자
3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핼러윈을 앞두고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숨진 피해자들이 있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10대에서 20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을 찾은 가족·친구들은 눈물을 훔치며 피해자와 마지막 인사를 했다.

24살 송모 씨는 지난달 29일 용산구 이태원동을 찾았다가 사고 피해를 입었다. 어머니에게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던 장녀 송 씨의 말은 마지막 인사가 됐다. 31일 장례식장에서 만난 송 씨의 아버지는 딸에게 미안함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 씨 아버지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죠. 부모 입장이 다 그렇지 않겠어요. 잘해주지 못한 애틋함도 있고,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에게 송 씨는 성실한 딸이었다. 아버지는 "성실하고 잘했는데 안타깝습니다"라며 말을 흐렸다.

송 씨 가족이 사망 소식을 들은 것은 30일 오후 4시였다. 29일 밤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고 휴대전화를 마지막으로 사용한 위치를 찾아보니 이태원이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마음을 졸였던 가족은 경찰과 다산콜센터에 신고하고, 한남동 주민센터에 오갔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왜소하고 지문 인식이 잘 안됐나 봅니다. 그래서 늦은 것도 있는 것 같은데 사망 명단에 계속 없어서 '다치기만 해라'했는데, 늦게까지 확인이 되지 않은 10명 중 8명은 남자, 2명은 여자였습니다. 그래서 확인이 계속 안 됐는데 결국 경찰에서 연락이 왔어요"라고 했다.

아버지는 "(대응이 미흡했던 점이)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데 경찰 따로, 소방 따로 그랬던 것 같아요"고 덧붙였다.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인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참사로 숨진 피해자들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가족과 친척, 친구들이 빈소를 찾았다. /최의종 기자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인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참사로 숨진 피해자들에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가족과 친척, 친구들이 빈소를 찾았다. /최의종 기자

송 씨를 비롯해 참사로 숨진 피해자들이 있는 장례식장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나 어색하게 정장을 입은 20대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나온 친구들은 눈시울을 붉힌 채 병원 밖을 나섰다.

지난달 29일 오후 10시쯤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턴호텔 옆 골목길에 핼러윈을 맞아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6시 기준 사고로 154명이 숨지고, 중상 33명을 포함해 14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154명 중 남성이 56명, 여성이 98명으로 확인됐다. 체격이 왜소한 여성 등이 더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으로 이란 5명, 중국 4명, 러시아 4명, 미국 2명, 일본 2명, 프랑스 등 1명이다.

서울경찰청은 수사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리고 사고의 정확한 경위와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와 인근 상인, 부상자 등 44명을 조사하고, 현장 CCTV 52건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합동감식도 벌였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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