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상이 '택시대란' 해결책?…기사들 "부담만 커진다"
입력: 2022.10.28 00:00 / 수정: 2022.10.28 00:00

내년 2월부터 기본료 4800원…심야 호출료도 증가

내년 2월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오르고, 미터기가 더 빨리 뛴다./더팩트DB
내년 2월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오르고, 미터기가 더 빨리 뛴다./더팩트DB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수도권 심야 '택시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팔을 걷어부쳤다. 내년 2월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오르고, 미터기가 더 빨리 뛴다. 이번 주부터 순차적으로 택시 호출료도 인상된다.

배달 등으로 직종을 옮긴 법인택시 기사를 다시 불러들이고, 야간에 운행하지 않는 개인택시 기사들이 도로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승차난의 원인을 '기사의 이탈'로 본 셈이다. 하지만 단순한 요금 인상만으로는 시민의 부담만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7일 택시업계에 등에 따르면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전날부터 차량 끝자리 번호 0~9번에 따라 5개조를 나누고, 평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 사이 운행하는 심야운행조를 연말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이대로 실행되면 매일 3000대가량이 추가로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12월부터는 심야할증 탄력요금제가 도입된다. 현재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인 심야할증 시간은 밤 10시로 당겨진다. 기존 20%로 고정돼 있던 할증요율은 밤 11시부터 오전 2시에 40%로 올라간다. 이 시간대 기본요금은 5300원으로 오르고, 내년 2월부터 6700원이 된다.

여기에 심야 호출료 인상액이 더해진다. 앱으로 서울택시를 부를 때 현행 3000원인 심야시간 택시 호출료는 최대 5000원까지 오른다. 이를 가정하면, 내년 2월1일 기본요금(밤 11시~오전 2시)은 최대 1만1700원까지 뛴다.

택시업계는 대체로 요금 인상이 공급난 해소에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택시의 경우 심야운행을 기피하는 기사들에 대한 제도가 여전히 미비하고, 법인택시는 요금인상과 함께 기본금(사납금)이 오르면 되레 부담만 늘어난다고 우려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심야 택시난 완화 관현 사전 브리핑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심야 택시난 완화 관현 사전 브리핑에 참석해 발표를 하고 있다./이동률 기자

서울에서 20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강형구(62) 씨는 "오늘 새벽 1시에 나와서 강남, 종로를 돌았는데 손님은커녕 빈 택시만 돌아다녔다"며 "토요일에 반짝 손님이 있는 걸 가지고 야간을 뛰라고 하는데, 나가면 손해"라고 말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 관계자는 "심야운행을 기피하는 이유는 돈이 안 되고 취객의 폭언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인데, 제도적 보완없이 요금조정만으로 해결책이 될지 미지수"라면서도 "호출료 등 인상이 더해졌으니 전보다는 승차난 해소가 되긴 할 것"이라고 했다.

8년 차 법인택시 기사 임모(54) 씨는 "배달이나 유통으로 넘어간 기사들이 훨씬 많이 벌고 있는데, 요금 1000원 오른다고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며 "우리는 개인택시처럼 개인사업자가 아니니 사납금이 같이 오르면 혜택은 없고 부담만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이탈한 법인택시 기사들을 돌아오게 하려면 조건을 더 좋게 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심야 택시난에 초점을 두고 담합형식으로 요금만 올리고 있다"며 "기사들은 안 돌아오고 플랫폼 등 유사택시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택시비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에서 경기도 김포로 출퇴근하는 최모(36) 씨는 "야근하거나 회식할 때 광역버스를 놓치면 집 가는 방법은 택시밖에 없는데, 내년부터는 차라리 근처 숙박업소에서 하루 묵는 게 나을 듯하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8) 씨는 "예전에도 택시요금이 인상됐을 때 안 타면 된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이용해왔다"며 "근데 내년부터 심야 택시는 너무 부담이 클 것 같다"고 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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