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경찰서, 하이브 측에 실제 착용 모자인지 문의
점유이탈물횡령죄·업무상횡령죄 등 적용 가능
외교부 직원이라고 자칭한 한 누리꾼이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착용한 모자를 고가에 판매하려 했다는 논란을 놓고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에 나섰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외교부 직원이라고 자칭한 한 누리꾼이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착용한 모자를 고가에 판매하려 했다는 논란을 놓고 경찰이 입건 전 조사(내사)에 나섰다. 처벌 수위는 정국이 실제 착용한 모자이거나 실제 외교부 직원이 맞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외교부 직원이라고 자칭한 누리꾼 A씨에 대한 입건 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제출된 모자가 실제 정국이 착용했던 것인지 BTS 소속사 하이브에 확인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한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외교부 직원이라고 자칭한 A씨는 'BTS 정국이 직접 썼던 모자 판매'라고 제목으로 정국이 여권을 만들고자 외교부를 방문할 당시 모자를 두고 갔다며 10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분실물 신고 후 6개월간 찾는 전화나 방문이 없어 습득자가 소유권을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경찰에 관련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커졌고 게시물은 삭제됐다.
결국 A씨는 지난 18일 경기 용인 한 파출소를 찾아 자수하고 모자를 제출했다. 이후 A씨 직장으로 추정되는 외교안보센터를 관할하는 서초경찰서로 넘어왔다. A씨는 전직 외교부 계약직 직원으로 전해졌다.
'정국 모자 사태'는 외교부 국정감사에도 불똥이 튀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종합감사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문에 "내부적으로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규정에 따라 엄정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외교부 직원이라고 자칭한 누리꾼 A씨에 대한 입건 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 /남용희 기자 |
쟁점은 해당 모자를 실제 정국이 착용했는지 여부다. 경찰은 우선 BTS 소속사 하이브에 A씨가 제출한 모자가 실제 정국이 착용한 모자인지 문의했다. 결과에 따라 적용 죄명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하이브 측에 실제 모자인지 문의한 상태로, 아직 입건 전 조사(내사) 단계로서 적용 죄명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피내사자가 외교부 직원인지 여부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정국이 착용했던 모자로 확인되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형법상 유실물과 표류물, 매장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적용된다.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A씨가 경찰서에 모자를 다시 가져다줬다고 해도, 대외적으로 판매하려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불법영득의사를 표현 내지 실현한 것으로 봐야 하고 결국 횡령 미수가 아닌 기수가 성립된다는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A씨가 외교부 직원일 경우 업무상횡령죄가 적용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업무상 횡령은 점유이탈물횡령보다 형량이 무겁다. 유죄로 인정되면 10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가중처벌 요소인 '업무성'은 A씨를 조사한 뒤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정국이 착용하지 않은 모자로 확인될 경우 사기미수가 적용될 수 있다. 사실상 허위 광고가 되는 만큼 사기죄가 적용될 사안이나, 실제 판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수'에 그쳤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구매의사자와 연락한 내역이 있는지 쟁점이 될 수 있다.
구재일 법률사무소 다정 변호사는 "실제 정국이 착용했던 모자인지 쟁점이 될 수 있고, 이후에 실제 착용했다고 밝혀진 뒤 A씨가 관련 업무를 해왔는지에 따라 업무상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판매 게시글을 올린 것 자체가 불법영득의사를 나타낸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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