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보복성 부처·공무원 길들이기 의심 지울 수 없어”
교육부가 소속 공무원을 국립대 사무국장에 파견하지 않기로 하면서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교육부가 소속 공무원의 국립대 사무국장 파견을 중단하면서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국립대 사무국장의 임용을 타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하면서 교육부 공무원은 배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교육부는 인사개편 발표 당일 사무국장에 임용 중인 교육부 공무원 10명을 즉각 대기발령 조치했다.
국립대 사무국장직은 2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단이 18곳, 3급인 부이사관이 9곳으로 대학의 예산편성과 인사 등 행정·재정권을 총괄한다. 현재 국립대 사무국장 직위가 있는 대학은 27곳으로 개방·공모형 채용 형태인 6곳을 제외하면 21곳은 교육부에서 소속 공무원을 파견한다.
교육부는 이번 인사개편이 대학의 자율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시행한다고 설명했지만 교육부 안팎에서는 오히려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교육부공무원노조가 지난달 29일 오후 대회의실 앞에서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개편안 철회와 차관의 공식적인 사과 등을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
교육부공무원노동조합은 발표 다음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인사개편은) 고등교육 발전에 대한 고민은 생략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또한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전격 발표 한 것"이라며 "이번 막가파식 조치에 대해 적법성 여부를 포함한 모든 조치를 조합원들과 함께 강구하겠다"고 해당 조치에 대한 대응을 예고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교육부의 인사 조치에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본인이 질의했던) 국립대 총장들은 한 목소리로 교육부 공무원을 (국립대 사무국장직에) 배제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사무국장직에) 교육공무원도 포함하는 것을 (국립대) 총장들이 원했다"며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된다면 이러한 부분도 반영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사무국장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면 제일 좋아할 사람이 총장이어야 하는데 총장들이 여기에 개선점을 낸다면 교육부의 일하는 방식이 거칠고 정책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각별히 챙겨서 내부 혁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사진은 교육부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 20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국립대 사무국장 졸속인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교육부공무원노동조합 제공 |
교육부가 20여개의 고위직 인사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배경에 정부의 교육부 축소 움직임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교육부 장관이 가진 국립대 사무국장의 인사권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인사개편이 지방 국립대학 육성에 부정적인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지방 국립대 육성의 경우 예산 확보, 교원 확보 문제 등 여러 정책이 복합적으로 논의돼야 하는데 인사 문제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라며 "교육부 직원을 배제하겠다는 것은 전문적인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 곳에 오히려 비전문가가 투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시너지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구성원들은 지난 20일 이례적으로 180여명이 집결한 국립대 사무국장 인사제도 개편 철회 요구를 펼쳤다. 교육부공무원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교육부는 여러 정치적 이슈에 휩싸여 정치권으로부터 어려움을 겪은 적이 많았다"면서 "이번 사태 또한 그 연장선에서 현 정권이 보복성 부처 길들이기, 공무원 길들이기를 지속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이같은 인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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