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에 택시기사 '부글부글'…"이전에도 먹통"
입력: 2022.10.20 00:00 / 수정: 2022.10.20 00:00

유료서비스 기사들 불만…손해배상은 의견 분분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멈추면서 택시 기사들은 혼란스러운 주말을 보냈다./남윤호 기자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멈추면서 택시 기사들은 혼란스러운 주말을 보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서울에서 법인택시를 운전하는 안형남(57) 씨는 지난 일요일 출근을 하지 않았다. 카카오T 블루 가맹계약을 맺은 안 씨는 토요일 오후부터 '카카오 먹통' 사태가 벌어지자 호출(콜)을 잡을 수 없었다. 안 씨는 "'길빵'(길에서 손님을 태우는 행위)으로 사납금을 겨우 채웠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카카오T 블루 법인택시를 모는 유성환(49) 씨도 집에서 일요일을 보냈다. 그는 "원래 월요일이 휴일인데, 아직 카카오 시스템이 복구가 안 됐다고 하니 겸사겸사 출근날을 바꿨다"며 "주변 기사들도 많이 쉬었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멈추면서 택시 기사들은 혼란스러운 주말을 보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카카오 택시 앱으로 콜을 받는 기사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의 92.8%인 22만6000여 명이다. 서울의 경우 7만1000여 명으로 가입률이 100%에 육박한다.

카카오T 블루 기사는 가맹본부(카카오)에 매월 총 운행수익의 20%를 수수료로 낸다. 대신 기본요금에 추가 서비스료(3000원)가 붙는 가맹 전용콜을 받는다. 카카오T 프로멤버십을 이용하는 일반 택시기사들도 월 3만9000원을 카카오에 내고, 멤버십 비가입 기사보다 좋은 배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카카오T 유료서비스에 가입한 기사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유 씨는 "블루콜은 강제배차라 무조건 받아야한다. 카카오가 멈추니 허둥지둥하다 길빵만 했다"며 "예전에도 서비스가 안 되면 폰을 껐다 켰다 반복했는데, 이번엔 전체가 멈췄다. 카카오가 있어도 문제고 없어도 문제"라고 했다.

사업을 접고 1년째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박명우(61) 씨는 "괜히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회사에서 가입하라고 하니 카카오T 프로멤버십을 쓰는데, 좋은 건지 모르겠다"며 "토요일 말고 그 이틀 전에도 카카오가 먹통이 되는 전조증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는 카카오가 택시 호출 시장 95% 이상의 독점적 지위에 있으면서 택시업계를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고 기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뉴시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개 단체는 "카카오가 택시 호출 시장 95% 이상의 독점적 지위에 있으면서 택시업계를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고 기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뉴시스

택시업계는 카카오 측에 영업손실 배상을 요구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택시 호출 시장 95% 이상의 독점적 지위에 있으면서 택시업계를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고 기업윤리에 반하는 행위를 계속해왔다"며 "이번 사태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민주택시노조 관계자는 "유료뿐 아니라 무료 호출을 이용하는 기사들도 분명히 피해를 받았다"며 "우선 사고를 낸 카카오 측의 배상 기준을 지켜보겠다. 추후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면 당사자들이 소송이나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카카오는 "유료뿐 아니라 이번 장애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와 파트너(동반자), 다양한 이해 관계자분들에 대한 보상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재연 엘케이비(LKB)앤파트너스 변호사는 "특별손해로 보긴 어렵지만, 카카오가 정상 작동하지 않았을 경우 카카오를 통해 예약을 받던 기사들이 피해볼 거라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타다나 우티 등 대체 가능한 플랫폼 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카카오에 배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무료 호출 서비스의 경우 피해 당사자의 상황을 일일이 따져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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