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학부모의 요구, '보완적 혁신'으로 반영"
"이주호 후보자, 10년 전 리바이벌하지 않았으면"
조희연 교육감은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 환경이지만 혁신교육 정책이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장우성 기자·안정호 기자] 민선 이후 서울에서 유일하게 3선에 성공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윤석열 정부 시대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혁신교육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희연 교육감은 18일 <더팩트> 창립 20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 환경이지만 혁신교육 정책이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선거 보수교육감 대거 진출도 학부모의 변화 요구라고 봤다. 해법은 '보완적 혁신'이라고 이름 붙였다. 조 교육감은 "혁신교육의 관점에서 달라진 학부모의 수요, 학부모들의 혁신교육 비판을 융해하는 정책들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저는 그것을 ‘보완적 혁신’이라고 표현한다"고 밝혔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는 공통분모를 강조하면서도 뼈있는 말을 남겼다. 두 사람은 각각 자립형사립고의 '산파'이자 '저승사자'이기도 하다. 조 교육감은 "교육의 에듀테크 전환이라든가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교육의 혁신 등은 (이 후보자와) 공통분모도 있다"면서도 "교육정책의 골격을 짤 때 10년 전의 정책을 리바이벌하는 방식으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를 주도한 이배용 위원장 임명 후 편향성 논란이 제기된 국가교육위원회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조 교육감은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이끈 우리의 치열함이 새로운 시대적 조건에서 양극화, 극단화돼 대한민국 공동체 기반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자신의 평소 소신인 학생인권에 이어 획기적 교권강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사의 교육권, 교육활동 권한을 더 강화하고 교권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보완적 정책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의회로 넘긴 '교육활동보호조례'에 기대감을 보였다.
자신의 교육감 임기 12년을 함께 한 '조희연 세대'에 애정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22세기를 살아갈 창의적, 탄력적인 미래역량을 갖도록 교육정책을 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3기 첫 국정감사도 치렀다. 마지막 임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지않나.
오히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특히 제가 임기를 시작한 2014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이 제 임기 마지막 해(2026년)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제가 한 개인 인생의 중요한 시기인 초중고 시절 12년 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육정책과 행정을 관할하는 위치에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더욱 더 책임을 지는 자세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아이들은 고령화로 22세기까지 살아갈 것이다. 21세기 직업인,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배양을 하되 22세기를 살아갈 창의적, 탄력적인 미래역량을 갖도록 교육정책을 펴고 싶다.
-이 학생들이 ‘조희연 세대’인가.
제 교육감 재직 기간 초중고 12년을 보낸 조희연 세대가 출현할 수 있다. 어쨌든 더 책임감과 더 두려운 마음을 갖게 한다.
-대통령은 물론 서울시의회도 국민의힘으로 권력이 교체됐다. 3기 환경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문재인 정부 당시 저와 김상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비슷한 지향을 가졌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의회 등 환경이지만 혁신교육 정책이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우호적 환경에서 성장한 나무는 단단하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비우호적 환경에서 때론 접점을 찾기도 하고 비판 속에서 부족한 점을 돌아보고 보완하는 기회일 수 있다. 지난 6월 선거 결과 보수교육감이 대거 당선됐다. 진보교육감이 9명으로 간신히 다수를 넘겼다. 혁신교육의 환경 변화를 넘어서 교육수요자, 학부모의 요구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를 융해하는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저는 그것을 ‘보완적 혁신’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혁신교육의 큰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변화된 학부모의 수요를 충족하는 보완적 노력들이 결합될 필요가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인터뷰 <사진=남용희 기자 / 20221018 / 서울시교육청> |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재정교육교부금 축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구성한 교육감특별위원회를 통해 대응하겠다. 보수교육감들도 교육재정 축소에 대한 의견은 비슷하다. 고등.평생교육 투자를 이유로 유초중등교육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일이다. 미래 교육을 위한 정당한 투자를 축소시키는, 미래교육 제도의 전환을 저해하는 것이다. OECD 평균 초중등교육재정이 GDP 대비 3.4%다. 우리 초중등교육은 3.5%다. 다만 고등교육재정은 OECD 평균 0.9%인데 한국은 0.6%다. 고등교육재정이 최근 대학등록금 동결 등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초중등교육재정을 이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새롭게 제정해서 정당하게 OECD 수준인 GDP의 1% 정도까지 확대해야 한다. 저출산 시대를 맞아 불가피하게 보육과 유아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는 4~5세 유아의무교육 방안을 제안한 바도 있다. 미래 교육 의제로 보육과 유아교육의 완전한 국가책임체제를 설정하고 초중등교육재정을 추가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명이 유력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조 교육감과 교육철학이 정반대라 충돌이 예상되는데.
이 후보자는 자립형사립고를 만들었고 저는 폐지를 주도했으니 정반대 입장에 선 것도 있다. 그러나 교육의 에듀테크 전환이라든가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교육의 혁신 등 공통분모도 있다. 단지 이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교육정책 골격을 짤 때 10년 전의 정책을 리바이벌하는 방식으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많이 변화했고 제가 주도했던 자사고 일반고 전환 정책이 많은 학부모의 공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10여년 간의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교육정책을 짜면 좋겠다.
-국가교육위원회 참여위원으로서 편향성 논란을 어떻게 보는가.
국교위 첫 회의에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우리 사회의 치열함이 대한민국을 세계가 부러워하는 나라로 발전시켰다. 1960~1970년대 우리의 치열함이 산업화 성공 국가를 만들었다. 1980~1990년대 치열함이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대한민국을 변모시켰다. 이제 새로운 시대적 조건에서 우리의 치열함이 양극화, 극단화돼 대한민국 공동체 기반을 파괴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반면 우리 사회를 더 투명하고 약자가 더 존중되고 차이를 넘어 공존하는 사회로 일굴 수도 있다.
-진영 갈등 양상으로 번진 개정 교육과정 시안 논란에 대한 입장은.
2021년 교육부는 대국민 설문조사, 포럼, 공청회, 간담회 등을 진행한 결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 공개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시안’에는 이러한 총론의 주요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미래사회 핵심가치인 ‘생태전환교육’, ‘민주시민교육’, ‘노동인권교육’등의 진술이 현저히 약화되거나 표현되지 않았다. 원안대로 포함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획기적 교권강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복안은.
교권강화는 저도 사고의 전환이 있다. 보완적 혁신의 마인드로 교권 추락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초선, 재선 시절 상대적으로 학생 인권을 많이 강조했다. 반대로 최근 심각한 교권 침해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현장 교사들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교사의 교육권, 교육활동 권한을 더 강화하고 교권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보완적 정책이 필요하다.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단순논리에는 반대한다. 학생인권은 그대로 존중하고 교권도 새롭게 강조하는 '투 트랙' 논의다. 현재 교육활동 보호조례를 만들어 시의회로 넘긴 상태다. 교권보호와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한 각 교육주체들의 책무성을 더욱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별히 학교 무단 침입 개념을 넣었다. 학교 출입절차를 어기면 고발 조치가 가능하다. 최근 국회에서 기존 법에 교권보호를 담는 개정 법률안이 제안되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에 더 단호한 조치를 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은 찬성한다. 교권침해 기록을 생활기록부에 남기는 안까지도 나와있는데 이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제고사 부활' 논란을 부른 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에도 말이 많은데.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자신의 학업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간접 지원 척도로서의 기능을 하기 위해 원하는 사람이 하는 ‘자율평가’다. 이것을 전수평가로 하면 표본조사로 전환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대체하는 새로운 일제고사형 학업성취도 평가가 등장하게 된다. 이는 ‘일제고사 부활’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절치 않다.
-3기 정책 중 가장 의지를 갖는 것은.
‘국토인생교육감’으로 기억되고 싶다. ‘국’은 아이들의 세계시민적 감수성을 키우는 국제공동수업이다. ‘토’는 차이를 알고 차이를 넘어서 공존과 접점을 찾는 토론수업이다. ‘인’은 인공지능, ‘생’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생태전환교육이다. 손수건에서 탄소배출제로학교까지, 손수건에서 태양광까지, 다양한 생태전환 교육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서울의 초등학생이나 중1 학생들이 전남, 전북의 농촌에서 1학기 정도 유학을 하는 농산어촌 유학을 추진하고 있다. 기후 위기 시대 대표적인 생태환경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자임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인터뷰 <사진=남용희 기자 / 20221018 / 서울시교육청> |
-우리 사회 개혁 중 가장 더딘 분야가 교육이라는 지적도 있다.
해방 이후 3단계 교육혁명을 경과하고 있다. 1단계는 산업화 시대의 교육혁명이었다. 후진국 위치에서 서구의 발전된 우민교육을 모방적·이식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산업화 진행방식처럼 권위주의형 성격들을 가지고 있었다. 교육행정시스템도 교육부서 학교 말단 교사까지 이뤄지는 공문을 매개로 하는 권위주의적 하향식 교육행정시스템이 작동했다. 교사들이 공문 처리하다가 짬 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나올 정도였다. 1980~1990년대 2단계 사회정치민주화를 배경으로 일종의 교육민주화의 일환으로 교육혁신 과정이 진행돼 왔다. 과거 권위주의형 학교 문화, 학교 행정시스템을 민주화하고 학교 자치, 학교 자율, 교사의 자율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교육정책과 행정을 혁신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있었다. 이제 3단계 교육혁명에 직면하고 있다. 1,2단계를 거쳐 선진국 교육시스템으로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인공지능시대 산업적 기술적 전환의 도전을 받아 자기혁신을 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남은 4년 동안 이런 두 가지 과제의 혁신적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 글로벌 선진교육의 일부로 당당히 서고 선진국에 영감을 주는 대한민국의 독특한 교육을 구현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3선 임기 이후 구상이 있나.
혁신교육 기조 유지가 우리의 과제다. 3기 임기가 끝나더라도 혁신교육의 기조가 잘 유지하는 것까지도 제 책무가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제 아내는 3선도 강력히 반대했다. 이제 4년을 마치면 가보고 싶은 여행지를 버킷리스트로 짜보고 있다. 남은 노후는 즐겁게 보내고 싶다. 지금도 주말에 자전거를 즐겨타는데 국토를 자전거로 종단하고 싶기도 하다.
-창립 20주년을 맞은 더팩트에 당부하실 말씀은.
더팩트는 뉴스를 단순 전달하기보다 이면을 밝히는 편집방향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복잡다단한 교육정책의 본질을 짚어 정책 수요자와 생산자의 풍부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보도해주시기를 부탁한다. 창립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leslie@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