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 현금성 지원 등 노력에도 한계
대통령 주재 '저출산고령사회위' 17년간 딱 4번
"국가 차원 거시적 중장기 대책 절실"
전북으로 농촌 유학을 온 서울 초등학생들이 지난 10월4일 전북 임실군 지시면 한 밭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전북도교육청 제공 |
대한민국은 OECD 경제규모 10위권 국가로 성장했지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다. 인구 감소 실태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으나 현실은 악화되는 상태다. <더팩트>는 인구소멸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현장과 각종 자료 등을 직접 확인했다. 인구 문제 해결을 더는 지체해선 안 된다. 기획은 ①한국 지속가능성 위협…'골든타임' 끝나간다 ②노인은 늘고 아이는 없고…요양원 된 추억의 모교 ③고향 등지는 청년들…"모로 가도 수도권으로" ④현장은 미봉책…중앙정부는 '강 건너 불 구경'의 순으로 구성됐다<편집자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인구감소 등으로 각 지방자치단체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해결은 쉽지 않다. 현금성 지원 등으로 일부 효과를 본 지역도 있으나 근본적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크다. 결국 중앙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지지만 현실이 어둡다.
◆ 젊은층 대상 현금 지급 성과…한계는 불가피
전북 김제시의 경우 최근 부쩍 인구가 증가해 눈에 띄는 지역이다. 순유입 인구가 올해 5월 54명, 6월 25명, 7월 21명, 8월 280명 등을 기록해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 2018년 –1595명, 2019년 -1436명, 2020년 –1445명, 2021년 –1537명을 기록한 통계와 비교하면 상당한 성과다.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 등 유인책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김제시는 2005년부터 셋째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 30만 원을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규모를 늘려 다섯째는 1800만 원을 지급하는 등 과감한 정책을 시도했다. 대학생 생활안정비도 신설했다. 김제시에 전입신고하고 지역 대학을 다니는 학생에 학기 말 30만 원씩 지급한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있다. 경북 김천, 경북 상주, 강원 강릉, 충남 홍성 등도 지역에 새로 전입한 이들에게 주거비나 학비 등을 지원해준다. 이들 지역 시의회에서는 자금 지원을 받은 젊은층이 졸업이나 취업할 쯤이 되면 다시 전출을 나간다는 문제로 자주 논쟁이 벌어진다.
상주시의 한 관계자는 "전입과 전출 자체는 비슷해졌지만 여전히 고령층이 많고 출생률은 저조하다"며 "귀농·귀촌이나 출산 정책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 내년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구체적인 계획을 다시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은 인구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부군수 직속의 지역활력추진단을 만들기도 했다. 인구정책, 청년, 귀농·귀촌이 주요 업무다.
하동군이 이 같이 나선 배경은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가 4만2670명에 불과한데, 작년 한해에만 672명의 20~35세 청년들이 지역을 떠났다. 하동군에선 2년 전에도 790명, 2018년에는 491명의 청년들이 짐을 쌌다.
이향수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금성 지원의 경우 단기적 성과를 보여주기에 간편한 방식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 대안은 될 수 없다"며 "지원받은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정착 대신 고향을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정부의 자체 노력에 중앙정부가 힘을 더해줘야 그나마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정치적 고려 없이 가장 심각한 지역을 특정해 선택과 집중에 따른 전폭적 지원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 16년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더팩트 DB |
◆ 인구 정책 무관심한 역대 정부…이번엔 다를까
인구 문제 해결의 열쇠가 중앙정부에 있다는 지적이지만 현실은 먼 나라 얘기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처음 신설됐으나 사실상 유명무실한 형태로 존재만 남았다는 게 방증이다.
역대 대통령이 위원회 회의를 직접 주재한 일이 지난 17년 동안 단 4차례에 불과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1차례 회의를 주재했으나 기구의 위상을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한해에 두차례 개최한 게 전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첫해부터 회의를 주재하는 등 관심을 보이는 듯했으나 이후에는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현 정부는 다를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 16년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2분기 출산율은 0.75명까지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인구감소와 100세 시대의 해법을 찾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이번 만큼은 정부가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구감소나 지방소멸은 한 가지 정책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특정 세대나 이슈에 집중하며 산발적으로 정책을 펼 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거시적이고 정교한 중장기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