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 특집-사라지는 인구③] 고향 등지는 청년들…"모로 가도 수도권으로" 
입력: 2022.10.18 00:00 / 수정: 2022.10.18 00:00

학령인구 감소·지역 이탈 현상 뚜렷
지방청년 10명 중 3명이 수도권 유입
"같은 직종도 서울이면 연봉 달라"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김이현 기자
대구광역시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정문에서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김이현 기자

대한민국은 OECD 경제규모 10위권 국가로 성장했지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다. 인구 감소 실태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으나 현실은 악화되는 상태다. <더팩트>는 인구소멸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현장과 각종 자료 등을 직접 확인했다. 인구 문제 해결을 더는 지체해선 안 된다. 기획은 ①한국 지속가능성 위협…'골든타임' 끝나간다 ②노인은 늘고 아이는 없고…요양원 된 추억의 모교 ③고향 등지는 청년들…"모로 가도 수도권으로" ④지자체들 '고군분투', 중앙정부는 '팔짱'의 순으로 구성됐다<편집자주>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우리가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솔직히 다들 알고 있잖아요."

대구에서 나고 자란 이영준(21·경북대 2학년) 씨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 씨는 "인풋과 아웃풋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당연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올해 초 한 공기업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한 달에 4~5번 이상 서울을 오갔다고 했다.

이 씨는 "대외활동뿐만 아니라 여가 생활, 교통권부터 지역과 무조건 차이가 있다"며 "대구도 큰 도시이긴 한데, 주변 선배들을 보면 본가가 서울이 아닌데도 일단 올라가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올해 경북대에 입학한 이지형(20·지구시스템과학과) 씨는 "초·중·고를 다 대구에서 나왔고, 여기 있고 싶다. 근데 선배들은 과 특성상 포항, 부산으로도 많이 가지만 수도권 쪽에 일자리가 훨씬 많다고 한다"며 "아르바이트도 수도권에서 하면서 취업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보의 고립, 부족한 인프라, 주변 시선 등 저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역 이탈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인구감소가 진행되는 89개 지자체(2021년 기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자체의 주요 인구감소 요인은 청년층(20~34세)의 도시 이주였다. 2020년부터는 출생인구보다 사망인구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 수도권 인구가 지방 인구를 추월하는 현상까지 맞물렸다.

청년들이 향한 곳은 역시 수도권이었다. 2016~2020년 인구유출지역에서 유출된 청년층 중 14.8%가 경기도, 14.7%는 서울로 유입됐다. 10명 중 3명이 수도권에 몰린 셈이다. 통계청 분석을 보더라도 수도권, 세종,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청년층만 순이동(전입-전출) 마이너스가 두드러진다.

이모 씨는 부산이 광역시라고 해도 서울에 미치지 못한다며 일자리를 구할 때, 능력치가 비슷한 사람이라면 서울 학교 출신들을 뽑는 경향 때문에 서울로 온 것도 있다고 말했다./더팩트 DB
이모 씨는 "부산이 광역시라고 해도 서울에 미치지 못한다"며 "일자리를 구할 때, 능력치가 비슷한 사람이라면 서울 학교 출신들을 뽑는 경향 때문에 서울로 온 것도 있다"고 말했다./더팩트 DB

제2의 도시로 불렸던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다 서울로 편입한 이모(23) 씨는 "부산이 광역시라고 해도 서울에 미치지 못한다"며 "일자리를 구할 때 능력치가 비슷한 사람이라면 서울 학교 출신들을 뽑는 경향 때문에 서울로 온 것도 있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이 고향인 최영호 씨(20·경북대 관광학과)는 "주변 친구들은 주로 대도시인 부산으로 가긴 하는데, 수도권으로 많이 간다"며 "학교가 있는 상주는 농업이나 공업이 주요 분야라 저 같은 문과계열이 취직하고 터를 잡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역 국립대인 충북대는 지난해에만 679명이 학교를 떠났다. 충북 전체 13개 대학으로 따지면 5200명가량이 자퇴했다. 충북대생 김모(경제학과 1학년) 씨는 "수도권으로 옮겨가는 학생들이 많고, 나 또한 생각이 있었다"며 "추후 취업을 하더라도 서울 아니면 지역인재 전형이 있는 충청에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청년들 대부분은 수도권과 지역 간 차이를 '차별'로 인식하고 있었다. 굳이 서울로 올라갈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비싼 물가 혹은 일자리를 위해 지역을 선택했는데 그 자체로 격차가 벌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충남대생 최모(아시아비즈니스국제학과 3학년) 씨는 "서울 말고 다른 지역들도 그만의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지나치게 서울 우상주의가 있는 듯하다"며 "지역 일자리 장려 제도를 더 발전시켜서 꼭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학교 3학년 윤모(22) 씨는 "수도권과 비교하면 당연히 정보적 고립이 생기지만, 같은 직종이라도 서울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연봉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오히려 타지에서 취업하는 사람들에게 지원을 해주는 등 지역 불균등이 해소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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