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간 '경찰 장악' 논란…"청구 당사자 자격부터 쟁점"
입력: 2022.10.18 00:00 / 수정: 2022.10.18 00:00

윤희근 경찰청장 "절차 관심 있게 지켜보고 중립성 노력"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놓고 헌재에 이상민 장관을 피청구인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남윤호 기자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놓고 헌재에 이상민 장관을 피청구인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가 행정안전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놓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법조계에서는 당사자 자격부터 쟁점이 될 것이라 본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위는 지난달 30일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놓고 헌재에 이상민 장관을 피청구인으로 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경찰위는 청구 여부를 놓고 입장이 갈렸으나 김호철 위원장 찬성으로 결국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8월2일 시행된 경찰청장 지휘규칙은 중요정책을 행안부에 보고하거나 장관 승인을 받도록 한 행안부령이다. 경찰위는 정부조직법상 장관이 치안 사무에 관한 권한이 없어 경찰국 설치가 불가능하고 지휘규칙을 제정한 것은 위헌·위법 행위라고 주장한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경찰청은 신중한 입장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7일 열린 첫 국정감사에서 "경찰위에서 헌재에 심판을 신청했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된다"며 "절차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중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휘규칙 중 보고사항이 모호해 장관이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규칙 제2조 3항 2호 세부 항목으로 '사회 현안 및 이슈에 관한 대책' 등이다. '사회 현안과 이슈'를 해석 방식에 따라 장관의 권한이 비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장에게 현재까지 총 6건의 보고를 받았고, 이 중 2건은 장관 요청에 따라 받았다. 다만 2호에 해당하는 보고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7일 열린 첫 국정감사에서 경찰위에서 헌재에 심판을 신청했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된다며 절차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중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7일 열린 첫 국정감사에서 "경찰위에서 헌재에 심판을 신청했고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된다"며 "절차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중립성을 지키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청구서에 따르면 경찰위는 경찰국 설치 추진 때부터 논란이 됐던 장관의 '치안 사무' 권한 존재 여부부터 따진다. 1990년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내무부 장관(현 행안부 장관) 소관 사무에서 '치안 사무'가 삭제됐고, 이듬해 이 취지에 따라 경찰법이 제정됐다는 주장이다.

또한 치안본부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되면서, 함께 설치된 경찰위가 '유일'하게 치안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게 됐다고도 주장한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기관의 공백을 메우고자 설립됐기에 헌법적 위상을 가진 독립기관이라는 의견이다.

경찰위는 지휘규칙 제정행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경찰사무 심의·의결 대상인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주요 내용은 경찰 분야 기본계획 수립이나 국제협력 중요 계획 등의 승인 또는 보고로 경찰위 심의·의결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위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당사자인지에 의견이 분분하다. 경찰위는 경찰권을 견제·통제하는 헌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사법기관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기관소송도 제기할 수 없어 권한쟁의심판 당사자능력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0년 이명박 정부 시절 축소안을 놓고 국가인권위원회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으나 헌재는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국가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며 청구 당사자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국회 입법행위로 인권위 존폐·권한 범위가 결정된다고 봤다.

이에 경찰위는 헌재가 해당 입장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헌법상 '헌법기관'이 아닌 '국가기관'이라고 표현한 점, 권한·존립 근거가 헌법에서 유래해 헌법적 위상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본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위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기 쉽지 않다고 본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시적인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경찰위가 독립성이 보장된 기구가 아니기에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소속이 행안부인 점도 쟁점"이라고 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인권위 축소안을 놓고 헌재가 검토했으나 당사자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결국 쟁점은 '수사' 영역에 대한 장관 관여인데, 개별 지시가 아닌 승인·보고 내용의 지휘규칙에 위헌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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