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0주년 특집-사라지는 인구②] 노인은 늘고 아이는 없고…요양원 된 추억의 모교
입력: 2022.10.17 00:00 / 수정: 2022.10.17 00:00

경남 하동·경북 상주 교육시설→노인요양원으로
인구 급감에 상복입고 출근한 상주시 공무원들


경남 하동군 횡천면 횡천읍 횡천중학교 터. 학교는 개조해 하동군 치매안심센터로 운영되고, 알프스하동 치매요양원(왼쪽)은 새롭게 증축됐다./김이현 기자
경남 하동군 횡천면 횡천읍 횡천중학교 터. 학교는 개조해 하동군 치매안심센터로 운영되고, 알프스하동 치매요양원(왼쪽)은 새롭게 증축됐다./김이현 기자

대한민국은 OECD 경제규모 10위권 국가로 성장했지만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다. 인구 감소 실태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으나 현실은 악화되는 상태다. <더팩트>는 인구소멸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현장과 각종 자료 등을 직접 확인했다. 인구 문제 해결을 더는 지체해선 안 된다. 기획은 ①한국 지속가능성 위협…'골든타임' 끝나간다 ②노인은 늘고 아이는 없고…요양원 된 추억의 모교 ③짐싸는 청년들…"모로 가도 수도권으로" ④지자체들 '고군분투', 중앙정부는 '팔짱'의 순으로 구성됐다<편집자주>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몇 해 전만 해도 저 잔디밭에서 동창회를 했었는데…."

횡천중학교 25회 졸업생 양재복(60) 씨는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경남 하동군 횡천면에 있는 이 학교는 1954년 개교해 2016년 문을 닫았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어쩔 수 없이 폐교됐지만, 황 씨는 아쉬움이 여전했다.

현재 횡천중 자리에는 '알프스하동 치매요양원'이 들어서 있다. 1939년생인 양 씨의 어머니는 해당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환자다. 양 씨는 "학교는 사라졌고, 치매 환자인 어머니가 계신데 기분이 좋을 리 있겠나"라며 "어머니를 뵈러 올 때마다 학교에 온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 씨의 두 학년 후배인 김재천(58) 씨의 어머니도 거동이 불가능하다. 알프스하동 치매요양원 시설팀장인 김 씨는 경남 진주에서의 생활을 끝내고 두 달 전 고향인 하동으로 돌아왔다. 김 씨는 "어머니를 이 병원에 모시고 싶어도 빈자리가 없다"며 "만약 (어머니 건강) 상황이 좀더 악화된다면…"이라며 말을 아꼈다.

두 졸업생의 생각은 같았다. 교육시설이 사라지고, 노인요양시설이 늘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양 씨는 "지역에서 늙어가는 나나 부모님 세대만 남으니 학교가 사라지는 건 순리"라며 "출신 학교에 생긴 요양원이라 안심이 되긴 하는데, 이러다 요양원에서 다 같이 동창회를 해야할 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 씨는 "저와 어머니가 나온 횡천초등학교는 폐교 직전이다. 하동뿐 아니라 인근 지역 초, 중학교도 사람이 없고 건물만 버티고 있다"며 "마을회관에 가면 제일 젊은 사람이 70살이다. (요양원 말고) 다른 시설이 들어설 수도 없다"고 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경남 하동의 노인 인구(65세 이상)는 2012년 1만3753명에서 2021년 1만5781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0~14세는 5234명에서 2955명으로 줄었다. 경남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면 차이는 더 커진다.

2012년 경남 총 인구 330만 명가량 중 노인 인구는 41만4000명 정도였지만, 지난해 60만8000명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0~14세는 같은 기간 51만9000명에서 41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1978년부터 지난 9월까지 경상남도 내 폐교된 초·중·고등학교만 584개에 달한다.

나윤경 알프스하동 치매요양원 사무국장은 "지역엔 젊은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고, 출산률이 올라갈 사정도 없다"며 "오히려 경남 최초 군립 요양원이 생긴다고 하니 이슈가 되면서 사람이 몰린다. 얼마 전까지 대기 환자만 20명이었다"고 했다.

경북 상주 낙동신상초등학교가 폐교 이후 교실을 개조해 노인요양시설으로 쓰이고 있다./김이현 기자
경북 상주 낙동신상초등학교가 폐교 이후 교실을 개조해 노인요양시설으로 쓰이고 있다./김이현 기자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북 상주 낙동신상초등학교도 폐교 후 교실을 개조해 노인요양시설으로 쓰인다. 경북 상주시는 지역 인구가 10만 명 밑으로 떨어진 데 경각심을 가지기 위해 2019년 2월 전 공무원이 상복을 입고 출근한 적도 있다.

상주 연세실버타운에서 근무하는 허진영(24) 사회복지사는 "노인 환자들 병동이 많이 남아있고 대기 인원도 있지만, 담당할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허 복지사 역시 당초 수도권 취업을 고려했다.

허 씨가 졸업한 상주 낙동동부초등학교도 폐교 위기에 놓였다. 인근 낙동초등학교와 재학생 수를 다 합쳐도 20명 남짓이다. 낙동면 소재 한 울타리에 있는 낙동중학교와 낙운중학교 역시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윤경한 연세실버타운 사무국장은 "농촌에 일손 자체가 부족한데, 마땅히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환자 대기 인원은 다른 지역 요양시설로 옮겨간다. 다른 곳이라고 해서 받아 줄 인력이 있지도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나윤경 사무국장은 "복지 시설이긴 하지만 요양원이라도 생기면서 지역이 조금 살아났고, 더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인구는 절대 유입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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