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둑 무너진 마약범죄…형사들은 오늘도 '악전고투'
입력: 2022.10.16 00:00 / 수정: 2022.10.16 00:00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 강력6팀장 오준식 경감 인터뷰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6팀장 오준식 경감이 9월30일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6팀장 오준식 경감이 9월30일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부유층끼리 '마약 파티'를 열잖아요? 이제는 모든 계층에서 위아래를 떠나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습니다. 접근 방식이 쉬워졌기 때문이죠. 다크웹에 들어가도 '소모임'이라고 하지만 결국 마약 거래를 위한 게시글이죠."

지난 7월까지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7447명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14.6% 늘었다. 올해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강력 사건과 함께 마약 사범 수사를 담당하는 강력6팀장 오준식(56) 경감은 더 이상 특정 계층의 범죄가 아니라고 말한다.

1992년 순경 공채로 입직한 오 팀장은 서울지방경찰청 마약계(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와 서초경찰서 마약반 등에서 근무하며 마약 범죄 수사에 잔뼈가 굵다. 서울지방청 폭력계와 광역수사대, 지능범죄수사대 등에서도 근무한 '베테랑' 형사다.

오 팀장은 최근 마약 범죄가 증가한 원인으로 용이한 '접근성'을 들었다. 인터넷 등을 잘 다루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해 해외 마약 공급책 등과도 쉽게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과거에는 대면으로 거래했는데 최근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하다 보니까 '나는 안 걸리겠다'라고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관세 당국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마약을 전부 걸러낼 수 없기 때문에 강남 쪽 클럽이나 유흥업소로 퍼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약 범죄가 강력 사건으로 이어지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마약 투약 이후 환각이나 환청에 시달리다 범행으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극적인 사람도 마약을 투약하면 사람 구분을 못 한 채 '나를 죽이려 한다'며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 오 팀장 설명이다.

오 팀장은 "쉽게 말하면 혈액이 몸에서 1분에 한 바퀴 돌 것이 마약을 투약하면 여러 번 도는 것이다. 과거 소극적인 사람이 마약을 투약해 건물 1층부터 15층까지 돌며 절도 범행을 저지른 경우도 있었다. 결국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남 유흥주점 사망사건’ 관련 마약 유통 등 혐의를 받는 A씨와 관련자들이 지난 8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임영무 기자
‘강남 유흥주점 사망사건’ 관련 마약 유통 등 혐의를 받는 A씨와 관련자들이 지난 8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임영무 기자

마약 범죄가 온라인상에서 음성적으로 퍼지면서 경찰은 지난 8월 강남경찰서 마약팀에 사이버전문수사관 1명을 발령했다.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에서 음성적으로 거래하는 것을 막고 범죄를 포착하기 위해서다. 현재 강남서는 마약팀과 강력6팀 총 10명이 집중 수사 중이다.

지난해부터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성범죄 수사 기법으로 이용하고 있는 위장수사를 마약 범죄 수사에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미 경찰은 '위장 거래' 방식을 통해 일부 위장수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오 팀장은 영화처럼 조직원으로 투입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오 팀장은 "현재도 정보원과 함께 마약을 구매하러 가 샘플을 받아보고 얼마까지 구할 수 있는지, 국내에 들어온 것은 어느 정도인지 흥정하며 검거하는 '위장 거래'를 벌이고 있다"며 "거래하는 척하다 상선까지 잡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직원으로 들어가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방식은 말 그대로 '소설'"이라며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그전에 아무리 사명감이 있더라도 위험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명 작곡가 돈스파이크 사건을 비롯해 연예인 등의 마약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 팀장도 그간 많은 유력 인사나 연예인 마약 사건을 수사해왔다. 그는 공인일 수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수사 환경이 순탄치 않다고 오 팀장은 말한다. 인력이나 장비 문제를 떠나 다른 범죄와 피의자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잘해도 본전이다. 우선 피의자 정신이 온전치 않아 쉽지 않다. 형사들도 마약팀에는 오래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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