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3개월 남아…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두 번째
제8대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두고 돌연 해산했다. 경찰 인권위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박헌우 인턴기자 |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제8대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두고 돌연 해산했다. 경찰 인권위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활동을 종료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경찰 인권위가 자문 성격에 그쳐 무력감을 느낀 데 더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인권 문제에 대한 경찰의 태도 변화가 민간위원 전원 사퇴로 이어졌다고 전해졌다.
12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 인권위는 지난달 16일 회의를 열고 8대 인권위 위원들의 전원 사임을 의결했다.
민간위원 12명과 당연직 위원(경찰청 감사관) 1명으로 구성된 경찰 인권위는 경찰의 인권 보호 활동을 자문하는 경찰청 산하 기구다. 당연직 1명을 제외한 민간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문경란 위원장(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등 임기는 연말까지 3개월가량 남은 상태였다.
경찰 인권위는 매달 정기회의를 열어 법령과 경찰활동에 따른 인권영향 평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수용에 대한 타당성 검토, 인권정책 개선 방향 등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낸다.
특히 경찰의 집회·시위 과잉진압, 시·도 자치경찰위원 임명, 경찰국 신설 문제 등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경찰 인권위는 지난해 11월 "헌법상 권리인 집회·시위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며 차벽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6월엔 "법치국가 이념에 반한다"며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 방안에 반대했고,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에 참석한 경찰관들에 불이익 조치를 중단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규모 집회·시위가 예상될 때마다 차벽을 설치했고, 행안부 내 경찰국도 원안대로 신설됐다.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 의무 위반이라며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 인권위는 올해 6월 위원회에 심의·의결권 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경찰청에 권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 위원장은 지난달 경찰 인권위 회의에서 "인권위 활동을 더 끌고가는 건 무의미하다"며 활동 종료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뉴시스 |
문 위원장은 지난달 경찰 인권위 회의에서 "더 이상 끌고가는 건 무의미하다"며 활동 종료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를 다 채워야 한다는 주장과 문 위원장의 제안을 따르겠다는 위원들 간 의견이 나뉘었고, 다수결을 거쳐 전원 사임이 결정됐다고 한다.
앞서 경찰 인권위는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에 항의하며 전원 사임한 바 있다.
한 인권위원은 "무력감을 느낀 정도는 다 다를 수 있지만, 대다수 위원들이 위원회의 한계를 체감했을 것"이라며 "활동 초기부터 경찰청이 인권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참고하려는 의지가 느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른 인권위원은 "통상 위원회에선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하면 안건 상정을 잘 안 하고, 보고할 때도 당초 왔던 과장급이 아닌 일반 직원을 보낸다. 보이지 않지만 무력화하면서 무시하는 방식"이라며 "이번 위원회에서도 전체적으로 그런 일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서 쟁점이 됐던 경찰국 신설 등 여러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다. 정권 차원에서도 불편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경찰청 인권위의 역할은 중요하다. 인권 쟁점을 정확하게 지적해 줄 수 있는 위원들이 새롭게 인선되길 바란다"고 했다.
spe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