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수사만 30년' 베테랑 경찰…"전세사기 꼼짝마"
입력: 2022.10.03 00:00 / 수정: 2022.10.03 00:00

서울 강서경찰서 지능수사1팀장 유용선 경감 인터뷰

지난 9월14일 서울 강서경찰서 지능팀장 유용선 경감이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웅 기자
지난 9월14일 서울 강서경찰서 지능팀장 유용선 경감이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웅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고소장 접수 30분 만에 출국금지를 시켰습니다. 그렇게 1차 방어막을 친 뒤 바로 수사본부를 꾸려 위치를 파악했고 영장을 발부받으며 검거에 나섰습니다. 결국 피해액 2215억원 중 주식으로 날린 것을 제외한 대부분을 환수했습니다."

올해 초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린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 씨를 수사해 송치한 경찰은 주식 투자 손실금 76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대부분을 회수했다. 집요한 자금 추적이 낳은 성과다. 그 배경에는 서울 강서경찰서 수사과 지능수사팀의 역할이 컸다.

<더팩트>가 만난 강서경찰서 지능수사1팀장 유용선(60) 경감은 수사팀의 노력과 기지가 만든 결과라고 자신한다. 회사 측의 고소장 접수 직후부터 이 씨 검거, 집요한 자금 추적으로 가능한 모든 횡령금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유 팀장은 35년 경력의 '수사 베테랑'이기도 하다.

1987년 순경으로 입직한 유 팀장은 서대문경찰서 수사과 등에서 일하며 수사경찰로서 30년 넘게 일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경찰청 특수수사과(현 중대범죄수사과)에서 일하며 굵직한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오스템 사건은 팀원들의 기지가 검거에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유 팀장은 "이 씨 주소는 경기 파주 한 건물 401호였다. 그런데 301호에 전자제품을 주문했다가 취소한 사실을 파악했고, 낌새를 느껴 301호를 덮쳤다. 결국 이 씨를 검거하고 금괴를 무더기로 확보했다"고 말했다.

회삿돈 22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45) 씨가 지난 1월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선화 기자
회삿돈 2215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45) 씨가 지난 1월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유 팀장은 현재는 '전세사기' 수사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급증하고 있어서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세사기 피해자는 1351명이다. 경찰청은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은 전세사기 특별단속 2개월 동안 200억7000만원대 규모 전세사기 총 163건을 수사해 348명을 검거하고 34명을 구속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단속 결과와 비교하면 검거 인원은 5.7배, 구속 인원은 12배 늘었다.

강서경찰서는 대표적으로 △깡통전세 △이중계약 등을 수사하고 있다. 아직 검거 사례는 없지만 전세사기 피해가 서울에서 가장 많은 강서구를 비롯해 수도권을 돌며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집중 수사하고 있다. 유 팀장은 최근 전세사기가 '조직범죄'처럼 된다고 본다.

유 팀장은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 등에서 전세 보증금을 부풀려 대출받게 한다. 보이스피싱처럼 명의를 빌려준 사람, 돈을 찾아온 사람, 바지 임차인 등이 수익을 나누는 등 조직 범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의 임대건물에 2인 이상의 세입자와 각각 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가로챈 경우도 들여다보고 있다.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가 이중, 삼중 전세 계약을 해 여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서류 검토를 확실히 해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유 팀장은 계약 시 직접 확인을 강조한다. 그는 "서류상 만으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확인·대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사람이 언제까지 살고 나가는지, 명의상은 누구인데 실제 누가 사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이나 서류만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30년 넘게 수사경찰로 일한 유 팀장은 이제 경찰 황혼기에 서 있다. 이제는 후배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한다. 그는 "수사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힘들지만 사건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부분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제는 후배들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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