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스토리] '치안 현장의 일당백' 경찰기동대, 이유 있는 자부심
입력: 2022.09.25 00:00 / 수정: 2022.09.25 00:00

"시민안전 우선이죠"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2기동단 23기동대

시설경호 업무에 투입된 서울경찰청 2기동단 23기동대 경찰버스가 나란히 선 모습./주현웅 기자
시설경호 업무에 투입된 서울경찰청 2기동단 23기동대 경찰버스가 나란히 선 모습./주현웅 기자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전국 14만 경찰은 시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안전과 질서를 지킵니다. 그래서 '지팡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범죄도시'의 마동석이나 '신세계'의 최민식이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더팩트>는 앞으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거나 무대의 뒤 편에서 땀을 흘리는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폴리스스토리>에서 매주 소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서울시청∼광화문 일대 구석구석을 둘러보면 하루도 빠짐없이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곳곳의 대사관 및 정부 시설 등을 지키선 경찰관 수십 명과 길게 늘어선 경찰버스들이다.

긴급 상황에 즉각 대응해 시민을 지키고, 관광객과 외국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등 알고 보면 가장 친절한 이들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시위 진압 부대' 이미지 때문에 거칠다는 오해가 커 마음이 좋지 않다. 경찰 내 '일당백', '만능 조직'으로 불리는 '기동대' 얘기다.

<더팩트>는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2기동단 23기동대'를 찾았다. 서울 중구 미국대사관저를 경호하는 업무가 있던 날이었다. 이곳 외에도 일본대사관과 중국대사관, 대통령실 주변과 정부서울청사 등 여러 시설에 경찰 기동대가 배치돼 있다.

최재성 23기동대장(사진)은 긴장을 늦출 수야 없지만 업무 강도만 놓고 보면 시설 경호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주현웅 기자
최재성 23기동대장(사진)은 "긴장을 늦출 수야 없지만 업무 강도만 놓고 보면 시설 경호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주현웅 기자

최재성 23기동대장(경정)은 "긴장을 늦출 수야 없지만 업무 강도만 놓고 보면 시설 경호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무 시간만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총 12시간. 허용된 사항은 오로지 시선 이동뿐, 3∼4교대로 2시간씩 한 자리를 묵묵히 서서 지켜야 하는 일이다. 여름엔 무더위, 겨울엔 강추위와 싸운다.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해도 예외는 없다.

고강도 업무인데도 수월하다는 이유는 시설 경호가 그나마 예측 가능성이 있어서다. 집회·시위 관리나 대민지원 등에 투입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언제 퇴근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로 현장을 뛰어야 한다.

특히 기동대는 모든 업무 일정이 전날 늦은 밤이 돼서야 정해진다. 다음날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잠들기 직전에나 알게 되는 탓에 약속을 잡기도 어렵고 소위 '워라밸' 역시 기대할 수 없다. 교통·순찰 지원은 물론 국가 행사나 대규모 야외 콘서트 등 특수 현장을 지키는 일도 기동대의 몫이다.

서울청 23기동대는 최근엔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지역에 출동해 대민지원 업무를 수행했다./23기동대 제공
서울청 23기동대는 최근엔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지역에 출동해 대민지원 업무를 수행했다./23기동대 제공

최 대장은 "최근엔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지역에 출동해 종일 물을 퍼내느라 꽤 고생했다"며 "대규모 집회·시위가 벌어지면 며칠을 꼬박 새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기동대 경찰관들의 표정은 밝았다. 경위까지 계급마다 2년씩 의무로 임해야 해 '강제로' 온 게 사실이지만 '치안 현장의 선봉'에 서 있단 자부심이 있다.

이홍주 경장은 기동대에 자원해 들어왔다. 그는 "오래전부터 발로 뛰는 경찰을 꿈꿨다"며 "기동대는 여러 경찰 부서 중 가장 넓은 현장을 열심히 뛰는 곳이라 꼭 마음에 든다"고 강조했다.

또 "긴 시간 불확실한 업무, 가끔은 위험한 상황도 발생해 가족들 걱정이 있긴 하다"면서 "그래도 연차 사용이 자유롭고 수당 등으로 적정한 보상이 주어져 주변에서도 자랑스러워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모든 게 시민들 덕분이라고 최 대장이 덧붙였다. 그는 의경부대에서 소대장과 중대장을 각각 맡은 적 있고, 이제 직원부대를 지휘하는 기동대 배테랑이다.

최 대장은 "의경 중대를 이끌었을 땐 부대 안팎으로 돌발 변수가 많았다"며 "업무에 있어선 간혹 있는 격렬한 집회·시위가 힘들었고, 부대로 돌아오면 혈기왕성한 청년들을 관리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집회·시위 문화가 몹시 선진적으로 바뀌어 시민들께 감사할 따름"이라며 "경찰도 시대 변화에 맞는 방식으로 최대한 안전한 집회·시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녹초가 돼 경찰버스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23기동대 경찰관들의 모습./주현웅 기자
녹초가 돼 경찰버스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23기동대 경찰관들의 모습./주현웅 기자

임영우 순경도 이를 실감한다. 23기동대 6개월차 막내인 그는 의무경찰 출신이다. 전역 10년 만에 순경으로서 기동대에 배치되자 '재입대' 충격이 컸지만, 직접 와보니 시대 변화가 몸소 느껴진다고 한다.

임 순경은 "의경부대가 없어져 더 힘들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며 "직원부대의 책임감이 남다른데다, 집회·시위 자체가 경찰과 시민이 서로를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어 "저도 시민들에 감사할 뿐이며 앞으론 더욱 큰 도움을 주고 싶다"면서 "여성·청소년·아동 등이 더욱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지역사회 조성에 이바지하는 경찰관이 되는 게 꿈"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고충은 적지않다. 최 대장은 망설임 없이 '안전 우려'를 꼽았다. 그는 "항상 예측 불가한 상황에 놓이다 보니 시민과 대원들이 다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며 "그런 만큼 단합된 마음가짐으로 일사불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회·시위 등 임무 땐 간혹 경찰이 한쪽 편을 든다는 오해를 받는 때가 있습니다. 마음도 조금 다치는 때죠.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시민 안전입니다. 앞으로도 안전하고 완벽한 업무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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