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서 숨져간 이주노동자…인권위 "생존권 위협 여전"
입력: 2022.09.20 12:00 / 수정: 2022.09.20 12:00

고용노동부에 개선방안 마련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농업 이주노동자 생존권·주거권 보장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남용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농업 이주노동자 생존권·주거권 보장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 2020년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이후에도 여전히 생존권·주거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지난 16일 농업 이주노동자 생존권·주거권 보장을 위해 공공기숙사 설치 등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을 준수하도록 '숙식비 선공제'를 법령으로 금지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고용노동부 장관에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2020년 12월20일 캄보디아 출신 여성노동자 누온 속헹은 제대로 된 난방시설이 없는 농장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병을 앓다 숨졌다. 이주노동자 기숙사산재사망 대책위원회는 열악한 기숙사 환경이 지적됐는데도, 동료 이주노동자 4명은 그대로 거주하고 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관련 수시감독을 실시한 결과 기숙사 운영기준 미달 등 4건의 위반사항을 확인해 시정조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에 사업장 변경 의사를 3회 확인했으나 계속 근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사업주에 기숙사 변경을 지시하고 건강검진 미실시에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조속한 시일 내 건강검진을 실시하도록 조치했다며 진정은 기각했다. 기존 기숙사에서 벗어나 시내의 주택형 숙소를 제공하고 피해자 보호 차원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추진한 조치 등도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속헹 사례와 농지에 설치된 비닐하우스 숙소에 폭우가 쏟아져 많은 이주노동자가 이재민이 된 사례 등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는 사건이 지속해서 발생하는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정부는 속헹 사망 이후 지난해부터 사업주가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을 이주노동자에 기숙사로 제공하는 경우 신규 사업장의 고용 허가를 불허하되, 숙소 개선 준비기간이 부족하다는 현장 의견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이를 놓고 인권위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봤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고용허가제 외국인근로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 및 법·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가설건축물이 숙소로 제공되는 경우가 70% 이상이었다.

인권위는 1인당 매달 40만원 가량을 숙소비로 공제하는데 4명이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컨테이너에 거주하면서 월세 160만원을 내는 격이라는 숙식비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숙식비 산정 기준으로 건물 시세, 숙소 형태, 식사의 품질 등 숙식 관련 사항이 아닌 '통상임금'을 일괄 적용해 징수 기준이 합리적으로 설정돼 있지 않다"며 "노동 대가이자 생존 기본 수단인 임금에서 공제해 실수령 임금을 감액하는 근거로 남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등도 월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 숙식비 상한액을 정해 열악한 임시 주거시설을 숙소 한 형태로 정당화할 수 있다"며 주거환경 실태를 정확히 조사해 합리적인 숙식비 기준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bel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