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시민 질문 10분 받은 빗물터널 '시민 대토론회'
입력: 2022.09.15 05:00 / 수정: 2022.09.15 05:00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수해예방 시민 대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수해예방 시민 대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이헌일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을 재개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시가 시민 의견을 듣는 '시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곳곳에서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하면서 수방 대책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고,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현장은 시 공무원과 토론 패널, 업계 관계자, 시민 등 100여 명을 훌쩍 넘는 참석자로 북적였다. 토론은 개회사 및 인사말, 전문가 발제와 패널 지정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한제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토론회에서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의 적정성, 도입 필요성과 함께 방재성능목표를 30년 빈도에서 50년 빈도로 바꿀 필요성이 있는지 전문가, 시민 여러분이 의견을 제시해 주시면 중장기 수해 방지 대책 수립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유튜브로도 좋은 고견 주시면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행사 일정표부터 시민 대토론회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대목도 있었다. 2시간으로 계획된 행사 중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질의응답에 배정된 시간은 마지막 20분에 불과했다.

실제로 질의응답이 진행된 시간은 10여 분으로 예정보다도 짧았다. 앞서 패널 토론이 길어지면서 시간이 초과된 탓이다. 좌장을 맡은 문영일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를 의식해 질문과 답변이 두 번 오간 뒤 "시간이 없어서 한 분만 더 질문을 받겠다"고 했고, 이어진 질문에 답변하려는 패널에게 "짧게 답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행사 준비가 다급하게 이뤄졌다는 인상도 지울 수 없었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달 24일 전문가 토론회 이후 20여 일 만에 마련된 자리다. 당시 시는 계획 가안을 만들어 발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후 그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구체적인 추진 계획을 세워 이틀 전인 이달 12일 발표했다. 이번 토론회가 열린다는 보도자료는 행사 하루 전인 13일 배포했다. 참석할 시민 50명의 신청을 당일 자정까지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통상 토론회에서 제공되는 일정표, 패널 소개 홍보물, 자료집도 이 현장에는 없었다. 사회자가 참석자를 소개하면서 자리에 없는 공무원을 호명하기도 했다.

패널 토론이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내용으로 진행됐는지도 의문이다. 산업계 패널로 나온 한 인사는 과거 서울시에서 일하며 10년 전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고 스스로 밝혔고, 토론 좌장 역시 당시 함께 대책을 논의한 인사라고 소개했다. 또 본인에게 배정된 시간의 절반 가량은 당시 계획이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어떻게 중단 또는 변형됐는지 설명하는 데 쏟았을 뿐이다.

hone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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