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폭우+태풍' 삼중고 추석…"문제는 기후야"
입력: 2022.09.10 00:00 / 수정: 2022.09.10 00:00

공식 깨고 북위25도서 발생한 힌남노…한국 환경위기 시각 9시28분 '위험'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이지만 시민들 표정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태풍 힌남노 때문에 모래와 바위, 쓰레기로 뒤덮인 광안리 해수욕장 모습./뉴시스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이지만 시민들 표정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태풍 힌남노 때문에 모래와 바위, 쓰레기로 뒤덮인 광안리 해수욕장 모습./뉴시스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거리두기 해제 후 첫 명절이지만 시민들 표정은 씁쓸하다. 코로나에 폭우와 태풍까지 삼중고를 겪으며 최악의 추석이 됐다.

연휴를 꼭 한 달 앞둔 지난달 8일 서울 등지에서 발생한 폭우로 8명이 세상을 떠났다. 최근 영남 지역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는 11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모든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단연 기후위기다.

코로나는 지구 온난화로 박쥐 등 사람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동물의 서식처 확대가 원인이란 분석이 많다.

폭우도 기후위기와 뗄 수 없다. 기온이 높아져 대기가 품을 수 있는 물의 양이 늘어 폭우를 퍼붓는다. 전지구적 고온 현상으로 바다도 수온이 증가하고 증발량이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다.

기상청은 지난 6월 이미 이상기후에 따른 폭우 등을 경고한 바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평년보다 비가 이례적으로 적거나 많이 내리는 빈도가 현재보다 70% 이상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는 모습. /뉴시스
기상청은 지난 6월 이미 이상기후에 따른 폭우 등을 경고한 바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평년보다 비가 이례적으로 적거나 많이 내리는 빈도가 현재보다 70% 이상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는 모습. /뉴시스

기상청은 지난 6월 이미 이상기후에 따른 폭우 등을 경고한 바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평년보다 비가 이례적으로 적거나 많이 내리는 빈도가 현재보다 70% 이상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와 ‘한국 유역별 극한 강수량의 미래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권역별로 보면 21세기 중반쯤 중부지방은 현재보다 약 73%, 남부지방은 약 69%, 제주도 78%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풍 역시 수온 상승이 이유다. 바다의 뜨거운 열을 공기가 빨아들이고 강력한 상승기류를 만들며 회오리를 형성하는 원리다. 태평양 등 대륙을 감싼 바다는 원래 한국의 가을인 9~10월에 가장 온도가 높다. 2003년 매미와 올해 힌남노 등 한반도에 유독 큰 피해를 입힌 태풍이 가을에 온 이유다.

한국대기환경학회의 2020년 ‘한반도 영향 가을태풍, 과거와 현재의 특성 변화’ 논문에 따르면 한반도 가을태풍의 비율은 1954~2003년 20%에서 2002~2019년 31.6%로 급증했다.

연구를 수행한 정우식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 발현은 세계적 증가 추세"라며 "국내의 경우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해 최근 제주부터 강원 내륙 등지까지 강풍의 영역도 확대되고 있어 피해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며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뉴시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하며 큰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뉴시스

◆이러다 '겨울태풍'도 온다

반기성 케이웨더 센터장은 "수십 년 예보관으로 일하며 기후위기를 몸소 체감한다"고 말했다.

힌남노가 북위25도 이상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일반적으로 태풍은 5~15도 사이에서 발생하는데, 그보다 수온이 낮은 25도 이상 지점에서 발생한 자체가 이상기후의 증거다.

그는 "북위 25도 이상에서 발생했던 몇 안 되는 태풍 중 이번처럼 초강력 수준을 보인 것은 힌남노가 처음"이라며 "대단히 이례적이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온이 이렇게 계속 오르면 언젠간 겨울인 12월 전후에도 태풍이 찾아올 수 있다"며 "물론 이는 아직은 지나친 얘기지만 현재 추세만 보면 이론상으론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우려했다.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 한국 환경재단과 일본의 아사히글라스재단이 지난 8일 발표한 2022년 한국 환경위기 시각이 9시28분 '위험' 단계를 가리켰다.

이 시간은 기후위기 등에 따른 인류생존의 위기 정도를 표현한 지표다. 127개국 1876여명의 환경 전문가 및 활동가들이 측정한 수치다. 0~3시는 ‘양호’, 3~6시는 ‘불안’, 6~9시는 ‘심각’, 9~12시는 ‘위험’ 수준으로 본다.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현재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누리고 있는 것들과 과감히 결별해야 할 때"라며 "환경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심하고 전환을 위한 일관성 있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전국의 청소년 등이 참여하는 기후정의 촉구 집회가 열린다.

매년 9월 전 세계에서 열리는 기후시위로 2018년 스웨덴의 청소년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벌인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에서 시작된 행사다.

주최측인 기후정의행동 조직위원회는 이번 집회에 약 5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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