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덜컥 겁"…'힌남노'에 가슴 졸인 반지하 사람들
입력: 2022.09.07 05:00 / 수정: 2022.09.07 09:22

침수피해 여전한 신림동…차수막 등 대비에도 '불안'

지난 8월 폭우로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반지하 창문에 차수막이 설치돼 있는 모습./김이현 기자
지난 8월 폭우로 침수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반지하 창문에 차수막이 설치돼 있는 모습./김이현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빗소리가 들리니까 불은 못 끄고, 잠도 안 오고…."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 살았던 윤모(82) 씨는 밤잠을 설쳤다. 태풍 '힌남노'가 6일 남해안을 통과한다는 뉴스를 수없이 봤지만, 지난 8월 악몽이 떠올라 뜬 눈으로 창밖을 두리번거렸다.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의 반지하에는 지난 폭우 당시 발목 위까지 물이 차올랐다.

집 주인의 배려로 1층으로 잠시 거처를 옮겼어도 불안함은 여전했다. 이제 겨우 짐을 다 뺀 반지하 창문에는 차수막을 설치했다. 윤 씨 부부의 요양보호사 김모(56) 씨는 "이제는 반지하든 아니든 비가 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에 거주하는 이모(66) 씨는 이날 아침까지도 노심초사했다. 반지하 거주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네 수해복구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다들 여기저기 모래주머니도 가져다 놓고, 하수구도 막혀있나 살펴봤다"며 "낮부터 햇볕이 드니 다행"이라고 했다.

신림동 인근에는 8월 침수 피해의 흔적이 여전하다. 골목 한켠에 침대 메트리스나 침수된 냉장고가 나와 있고, 물이 가득 찼던 반지하는 창문이 빠진 채 남아있다. 건물 지하 노래방으로 연결되는 계단에는 빗물을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비닐로 감싸 벽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건물 지하 노래방 입구. 모래주머니와 비닐로 빗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놨다./김이현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건물 지하 노래방 입구. 모래주머니와 비닐로 빗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놨다./김이현 기자

노래방을 운영하는 한모(59) 씨는 "저번에 침수되면서 수천만 원 피해가 났다"며 "다행히 지하에 물이 차거나 피해를 입진 않았는데, 그래도 두 번 피해는 안되겠다 싶어서 입구를 막아놨다"고 설명했다.

침수 피해를 입었던 다른 동네도 비슷했다.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한 상인은 "8월 폭우 때 난리가 났었는데, 추석 대목 앞두고 태풍이 온다니 걱정이 많았다"며 "이번에는 피해가 없었긴 한데 잠은 잠대로 설쳤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신대방동엔 밤 9시5분까지 1시간 동안 141.5㎜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 관측소기준으로 3시간에 259.0㎜, 24시간에 381.5㎜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간당 강수량으로 치면 역대 최고치다.

폭우로 약 20m 높이의 옹벽이 붕괴하면서 주민 500여 명이 대피했던 사당동 극동아파트 주민들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너진 옹벽은 태풍 탓에 임시로 방수포를 덮어 고정해놨다가, 이날 오후 태풍이 어느 정도 지나가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지난달 8일 폭우로 무너져 내린 극동아파트 옹벽. 6일 오후 태풍이 어느 정도 지나가면서 공사가 재개되고 있다./김이현 기자
지난달 8일 폭우로 무너져 내린 극동아파트 옹벽. 6일 오후 태풍이 어느 정도 지나가면서 공사가 재개되고 있다./김이현 기자

아파트 주민 한모(55) 씨는 "서울 쪽은 폭우 때만큼 비가 안 올 거라고 해서 다행이다 싶긴 했는데, 그래도 태풍이라고 하니 또 토사물이 흘러내려오지 않을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지난 폭우로 사당종합체육관 이재민 대피소에서 일주일가량 지냈다고 한다.

다른 주민 최모(34) 씨는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제는 시간당 강수량이라든지 비가 내리는 상황을 유심히 찾아본다"며 "옹벽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날씨가 좋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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