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통해 등록금 의존율 낮춰야”
14년째 동결 중인 등록금 때문에 재정난을 겪고 있어 인상이 시급하다는 대학과 코로나19 여파로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며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대학생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14년째 동결 중인 등록금을 시급히 인상해야 한다는 대학과 코로나19 여파로 수업의 질이 떨어졌다며 등록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학생들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3일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5만원이다. 지난 5년간 연평균 등록금은 2021년 674만원, 2020년 672만원, 2019년 670만원, 2018년 667만원으로 거의 인상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14년째 제도 규제를 통해 대학의 등록금 인상을 막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직전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지만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Ⅱ 유형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올리기 어렵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등록금 수입이 적어 대학이 교육에 기본적인 투자도 못해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대학들이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며 등록금 인상 필요성을 언급했다.
학생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일부 교수들이 강의를 재사용하는 등 수업의 질이 하락하고 교육에 필요한 대면 실습을 받지 못해 등록금 일부를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대학생들은 지난 2020년 코로나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사립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지난 1일 패소 판결했다.
이민지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등록금 반환 요구와 소송에 대해 대학은 코로나로 대학 재정이 어려워졌다는 핑계로 책임을 회피해왔다"면서 "코로나가 끝나지 않은 지금, 대학은 등록금 인상으로 재정난을 해결하겠다고 한다. 결국 또 다시 모든 책임과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주최한 등록금 반환소송 기각 결정을 규탄 기자회견./뉴시스 |
대학 재정난이 심각하다지만 적립금은 오히려 늘고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2년 8월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사립대의 적립금은 8조1353억원으로 2020년 7조9332억원보다 2021억원 늘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수가 줄면서 사립대학들이 유휴 교지를 매각해 적립금이 증가한 것"이라며 "이런 형태로 대학의 적립금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생존을 위해 교육용 자산 등을 매각하는 것이 궁극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전망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경영자인 학교 입장에서는 유휴 교지라고 여겨 매각한 공간이 학생들에겐 필요한 공간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교육 여건의 후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수 감소에 따른 대학의 재정 위기는 등록금을 일부 인상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재정지원을 통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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