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남침 vs 노동·생태…교육과정 이념논쟁 재점화
입력: 2022.09.02 00:00 / 수정: 2022.09.02 00:00

최종 의결할 국가교육위도 정파성 논란 예고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두고 또 다시 이념 논쟁이 불붙고 있다. 사진은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두고 또 다시 이념 논쟁이 불붙고 있다. 사진은 박근혜 정부 당시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두고 또 다시 이념 논쟁이 불붙고 있다.

2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오는 2025년부터 고등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중 한국사 과목 시안에 ‘자유민주주의’와 6·25전쟁에서 ‘남침’이라는 설명이 빠졌다.

이번 시안은 ‘대한민국의 발전’에 대한 내용에서 ‘6·25전쟁과 남북 분단의 고착화’로 쓰여 있다. 앞서 2015 교육과정에 나온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 6·25 전쟁의 전개 과정’과 2018 개정 시안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의 전개 과정과 피해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시련과 발전’에 대한 부분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대신 ‘민주주의’란 표현이 사용됐다.

논란은 보수언론의 지적을 시작으로 확대됐다. 교육부는 31일 이례적으로 브리핑까지 열고 "공개된 안은 정책연구 초안으로 확정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남침·자유’ 삭제를 놓고 "현 정부에서 발표했기 때문에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가"라고 묻자 "현 정부의 기조가 아니라 지난해 12월 실시된 정책 연구의 결과"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는 교육부의 지난해 발표와 달리 ‘노동’이란 단어와 ‘생태교육’도 빠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일과 노동에 포함된 의미와 가치’를 반영하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해당 부분이 빠지면서 진보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에 "아무런 설명 없이 삭제한 의도가 무엇인가"라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핵심 교육목표까지 바뀌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총론 시안을 발표할 때도 해당 부분을 총론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이전 (문재인) 정부 때 꾸린 정책 연구진들이 제출했다"고 답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두고 또 다시 이념 논쟁이 불붙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임영무 기자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두고 또 다시 이념 논쟁이 불붙고 있다. 사진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임영무 기자

◆정권 바뀔 때마다 이어지는 교육과정 이념 논쟁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 속 표현들은 첨예한 논쟁에 휩싸였다. 대표적인 상황이 1948년 8월 15일의 의미를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으로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해당 표현에 대해 과거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써왔지만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교육과정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문재인 정부에선 다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고 썼다. 1919년 3·1운동 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이다.

이처럼 논쟁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오는 13일까지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10월까지 공청회를 거친다는 계획이다. 이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심의·의결 후 올해 말 최종 교육과정을 고시한다.

현재 국교위 초대 위원장으로는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친일, 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교육과정에 심의·의결하는 국교위가 정파적 성격을 띠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이 전 총장에 대해) 과거 국정교과서를 주도한 인물이란 시각 때문에 역량 발휘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뚜렷한 정치색을 가진 인물을 위원장으로 임명한다면 국교위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한국사 국정화에 앞장선 인사를 국교위 위원장으로 임명한다면 현 정부의 인재 풀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퇴행적인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국교위가 역사 문제를 퇴행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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