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회의 해산명령 관련자 곧 공수처 고발
'총경 회의'를 주도해 징계를 받은 류삼영 총경은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했다./뉴시스 |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벌써 나갑니까. 할 말이 많은데."
지난 18일 경찰청·행정안전부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 증인 신분으로 참석한 류삼영 총경이 퇴장하며 남긴 말이다.
지난달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에 비유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 발언을 놓고 "경찰 입막음을 시도하는 자들이 쿠데타 일당이며 적반하장"이라고 응수하는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간 류 총경이지만 할 말이 더 많았다.
류 총경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그는 30일 <더팩트>와 전화 인터뷰에서 "경찰국의 부당함을 일반 시민들이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싶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찰국과 독재는 ‘운명’입니다. 경찰국은 꼭 독재정권에서만 존재했다는 사실을 가장 말하고 싶었습니다."
경찰국은 1948년 이승만 정권에서 내무부 장관 산하 치안국으로 설치됐다. 장관 사무에 치안도 포함됐다. 4.19혁명으로 독재 정권이 무너지며 잠시 삭제됐다. 하지만 5.16 군사쿠데타 이후 장관 사무에 다시 치안이 들어갔다. 수십 년 지속하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도화선이 돼 1990년 사라졌다. 경찰청은 내무부 외청으로 독립했다.
류 총경은 "마치 법칙처럼 독재정권은 기를 쓰고 경찰을 통제하려 했고, 민주정부는 없애려고 노력했다"며 "업무보고 때 이 말도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윤희근 경찰청장은 언론과 릴레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29일 인터뷰에서는 "경찰국이 경찰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건 과장된 논리"라며 "경찰 중립이 훼손되는 일은 직을 걸고 막겠다"고 약속했다.
류 총경 생각은 다르다. 청장 개인의 다짐이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규칙 제정은 말 그대로 장관이 경찰청장을 통제하는 조치"라며 "총경들이 경찰청장을 컨트롤 할 수 없듯, 구조적으로 경찰청장이 장관 뜻을 거스를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일선 경찰관들이 응원을 위해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주현웅 기자 |
국민의힘 소속 경찰 출신 의원들에게도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여당에선 권은희 의원을 제외하면 소신을 피력하는 경찰 출신 정치인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류 총경은 "경찰 출신 의원이 국회에 9명 있는데 국민의힘 소속 3명이 뚜렷한 색깔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묵시적 찬성으로 해석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경찰국 신설의 뼈대는 경찰 통제인 만큼 언로를 확대하는 구조, 즉 '방파제'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하다 대기발령된 그는 부당명령 관련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할 준비를 마쳤다.
류 총경은 "회의 도중 해산하라는 직무명령이 합법적이었는지 끝까지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며 "여러 전문가와 법률 검토 끝에 고발장 작성까지 마친 상태다. 대외에 알리고 고발에 나설지 조용히 할지 등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관들이 본인 이름을 걸고 의사표시를 한 행위가 현재는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셈"이라며 "경찰 내부에선 사법 절차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이는 본인 징계의 부당함을 밝히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독립성 보장과도 직결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등 민생치안과 연결된 실무는 고위 간부가 아닌 총경 이하 경찰관들이 한다"며 "31년 만에 경찰국이 부활한 현실에서 총경 등 실무진을 중심으로 한 민주적 소통 절차를 확립시켜 놓아야 권력의 간섭을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chesco12@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