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다음 달 시행되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으로 일선 수사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시행령으로 다소 변동이 있지만, 정부와 경찰청 차원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31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형사정책연구 '수사경찰관의 상대적 박탈감이 조직몰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일선 수사 경찰관은 업무 부담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다른 조직에 비해 상대적 업무 강도가 높은데 대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에 이어 다음 달 시행되는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선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근무 동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수사부서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수사권 조정 3개월 만인 지난해 3월 경찰청 고객만족모니터센터가 수사경찰 3188명과 비수사경찰 3763명 등 총 69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비 수사경찰관은 현 부서 만족도 69.3%를 기록했지만 수사경찰관은 30.9%에 그쳤다.
서울의 한 일선 수사경찰관은 "일은 엄청 하고 다른 부서와 돈은 똑같이 받는데 어떻게 상대적 박탈감을 받지 않을 수 있냐"라며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은 늘어나고, 검찰 보완수사·재수사 요구도 증가한 상황에서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인원 충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보고서는 '상대적 박탈감' 등 부정적 감정 때문에 '조직몰입'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조직몰입은 '근속적 몰입'과 '규범적 몰입'으로 나뉘는데, '근속적 몰입'은 구성원으로 남는 게 이익일 때 강하게 나타나는 몰입이다. 조직 구성원의 목표에 몰입과 심리적 애착심을 말한다.
반면 '규범적 몰입'은 도덕적 의무감으로 국민에 대한 봉사의식이나 직업적 사명감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공공조직 구성원의 업무수행 동기로 내재적 동기인 '공직봉사동기'를 규정했는데, 상대적 박탈감과 조직몰입, 공직봉사동기의 관계를 부산경찰청 소속 경찰관을 통해 분석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부산경찰청 소속 14개 경찰서 수사·형사과 근무 중인 경찰관 중 경감 이상 관리자를 제외한 순경부터 경위급까지 남경 257명·여경 43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18일~30일 총 12일간 조사한 결과 '재량권'이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부담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국민에 대한 봉사 의식 등 '규범적 몰입'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 박탈감이 조직 구성원으로서 심리적 애착심 등 '근속적 몰입'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대적 박탈감과 재량권은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재량권은 업무담당자가 가진 권한이나, 상관이 부하에 위임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재량권을 적절히 활용하면 조직 관리적 차원에서 좋은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견해다.
보고서는 공직봉사동기가 높은 사람을 선발할 필요성을 제언했다. 무엇보다 재량권을 활용할 정책적 대안도 필요하다고 봤다.
실무적인 해결책은 수사 인력 확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결재라인을 줄이든지 하는 방법이 있으나 아무래도 재량권을 함부로 쓰다가는 파장이 있어 쉽지 않다. 결국에는 수사 인력을 늘리고 우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역 사회와 유착 등 권한 오남용이 생길 수 있다. 재량권도 법률적 견해를 갖춘 전문성을 확보해야 언급이 될 수 있다"며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적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봤다.
경찰청은 수사 인프라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22일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예산과 인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안 단계에서 예산을 100%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안되면 국회 단계에서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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