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출석하는 전장연…박경석 대표는 '조사 거부'
입력: 2022.08.30 16:40 / 수정: 2022.08.30 16:40

31일 경찰 조사 '일부 수용' 기자회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김광호 청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김광호 청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경찰서에 승강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며 조사를 거부해 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오는 31일 경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당초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사과가 우선돼야 경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에서 선회한 셈이다. 다만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조사를 거부할 계획이다.

전장연은 30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안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촉구 투쟁 기자회견 및 삭발식'을 진행했다. 올해 3월 시작한 삭발식은 이날 기준 100일차를 맞았고, 출근길 승하차 시위는 9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전장연은 지난해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등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열차 운행 등을 방해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종로·혜화·용산경찰서에 출석했지만, 엘리베이터 등 정당한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조사를 거부하고 돌아갔다.

이에 경찰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남대문서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해 사건을 병합 수사하기로 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 편의법을 위반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법률 위반을 따져보기 위해 모의재판을 열 테니 김광호 청장이 피고인으로 참석하면 수사를 받겠다"고 주장했다.

지난 29일 열린 국민참여 모의재판에 김 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판사 역할을 맡은 조영선 변호사(민변 회장)는 "장애인 편의법 제정 후 24년이 지났는데 경찰서 세곳 중 한곳엔 승강기가 미설치돼 있다"며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고의성과 악의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청장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배심원 10명도 만장일치로 김 청장에 대한 유죄 의견을 냈다. 박 대표는 모의재판 결과를 토대로 경찰 조사 '일부 수용'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31일 연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김 청장이 모의재판에 안 나왔으니 나도 경찰 조사를 거부할 예정이라며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설치된 경찰서도 있기 때문에 나를 제외하고 3~4명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누뉴시스
박 대표는 "김 청장이 모의재판에 안 나왔으니 나도 경찰 조사를 거부할 예정"이라며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설치된 경찰서도 있기 때문에 나를 제외하고 3~4명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누뉴시스

박 대표는 "김 청장이 모의재판에 안 나왔으니 나도 경찰 조사를 거부할 예정"이라며 "다만 승강기 등 편의시설이 설치된 경찰서도 있기 때문에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 나는 제외하고 나머지 활동가들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경찰은 정당한 사유 없이 3~4회 출석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한다. 박 대표를 포함한 핵심 활동가들 중 일부의 3차 출석명령 시점은 31일이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활동가들에게 출석요구를 했고, 기간이 거의 다 도래했다"며 "내일 출석 상황을 보고 수사방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021년 7월 코로나 방역을 위해 금지한 대규모 집회를 수차례 주도한 혐의를 받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세 차례에 걸쳐 출석을 명령했다. 이에 응하지 않자 경찰은 체포영장 등 강제수사를 검토했고, 양 위원장은 다음 달 4일 자진 출석했다.

박 대표는 "법이 아무것도 강제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건 법이 아니다. 모의재판은 법이 있음에도 전혀 지켜지지 않는 장애인 차별 현실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며 "내 수사도 법의 공평성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 청장은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장연 시위처럼 국민 발을 묶어서 의사를 관철하고자 하는 상황에 대해 엄격히 법을 집행하고 확립하는 게 시대적 과제"라며 "불법행위는 앞으로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sp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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