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경찰대 이용칠 부팀장, 한지훈 경위, 김현중 경사 “주변에 따뜻한 관심을”
최악은 단연 한강 물이 꽁꽁 얼어버린 겨울 늦은 밤이다. 배를 띄우기도 힘든 데다 잠수수색마저 여의치 않은 탓이다. 적잖은 경찰관들이 한강경찰대에 부임하고도 1년이 채 안 돼 자리를 떠나는 데에는 이런 복합적인 배경이 작용했다. 사진은 김 경사(왼쪽)와 하 경위가 배를 정비하는 모습./주현웅 기자 |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합니다. 전국 14만 경찰은 시민들 가장 가까이에서 안전과 질서를 지킵니다. 그래서 '지팡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죠. 그러나 '범죄도시'의 마동석이나 '신세계'의 최민식이 경찰의 전부는 아닙니다. <더팩트>는 앞으로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무심코 지나치게 되거나 무대의 뒤 편에서 땀을 흘리는 경찰의 다양한 모습을 <폴리스스토리>에서 매주 소개하겠습니다.<편집자주>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하하, 저희가 대부분 특수부대 출신이예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이촌 치안센터의 경찰관들을 마주한 기자가 "다들 체격이 다부지시다"고 첫인사를 건네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한 눈에 봐도 팔뚝이 평범한 사람들의 허벅지 굵기와 맞먹는 한강경찰대 경찰관들은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의외로 수줍음도 탔다. 이용칠 부팀장(경위)와 한지훈 경위, 김현중 경사는 얼굴과 사무실 모습은 민망하고 누추하다며 한사코 사진 촬영을 거부했다. 위험천만한 업무 실상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미안해 더욱 그렇다고도 했다.
실제로 한강경찰대는 인터뷰 섭외가 가장 어려운 곳 중 하나였다. 생명 구조가 주요 임무인 만큼 ‘골든타임’이 중요한 까닭에 인터뷰가 자칫 방해를 줄 수도 있어서다.
그런데도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 팀장은 "무엇보다도 사람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어진 업무 자체는 한강 등지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사람을 구조하며, 요트 등의 사고 및 음주운전과 안정장구 미착용 등을 단속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구조 활동의 대다수는 전자의 분들을 구출하는 거예요. 떠나려는 분들의 구체 사정은 제가 잘 모르지만, 살아갈 용기를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한강경찰대 경찰관들이 구조를 위해 출동하는 일이 1년에 약 350~400건 정도라고 한다. 뿌연 한강 물속을 종일 헤엄치며 구출을 시도하는 일도 고단하지만, 더욱 힘든 점은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해준다는 것이다.
하 경위는 한강경찰대 경찰관으로서 자부심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마음을 차마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찰관 20년 해도 사람 한 명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몇 번 없다던데, 이곳에선 거의 매일 사람을 구해요. 그런 점에선 ‘나는 사람을 구한다’는 자부심을 느껴요. 그렇지만 구조 직후 응급실 등으로 바로 떠나보내면 제 임무는 일단 끝이거든요. 마음 같아선 따뜻하게 위로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임무가 이렇다 보니 어쩔 수가 없죠."
업무의 무게 만큼 한강경찰대 경찰관이 되기 위한 자격은 만만치 않다. 스킨스쿠버와과 인명구조 자격증 및 동력수상레저조정면허를 모두 갖춰야 한다. 이는 기본사항이고 실제 업무에 투입된 인력은 강철부대 수준의 담력과 체력을 지녔다.
이 팀장은 국군정보사령부특임대(HID)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경찰특공대로 입직해 27년을 경찰에서 보낸 베테랑이다. 하 경위는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이며, 김 경사 역시 체육 전공자로서 강력계 형사 출신으로 촌각을 다투는 현장 업무의 에이스다.
이처럼 남다른 이력이 요구되는 것 역시 이유가 있다. 이 팀장과 하 경위 및 김 경사는 일제히 한숨을 내쉬며 "특수부대보다 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군 복무 때만 해도 깊은 물 속에 얼마나 많이 들어가 봤겠어요. 그래서 물은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한강은 달라요. 원최 뿌얘서 3㎝ 앞도 안 보일 정도예요. 눈으로 보지 못한 채 손을 더듬으며 투신자나 변사체를 종일 찾는 거죠. 비 오는 날에는 말도 못하죠. 게다가 출동 시간대도 해가 진 뒤 늦은 밤 때가 많아서 쉽지가 않습니다."
<더팩트>가 방문한 날에는 장마철이라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만에 하나 신고가 접수되면 ‘시민 목숨을 구하기 위해 경찰관이 목숨 걸고 구조’에 나섰어야 하는 때였다. 인터뷰 중 접수된 신고는 없어 ‘다행’이란 말을 건넸는데 곧 반박이 돌아왔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이촌 치안센터의 경찰관들을 마주한 기자가 본의 아니게 "다들 체격이 다부지시다"고 첫인사를 건네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한눈에 봐도 팔뚝이 평범한 사람들의 허벅지 굵기를 자랑한 한강경찰대 경찰관들은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주현웅 기자 |
김 경사가 이유를 설명해줬다.
"사실 극단적 선택 시도는 오늘처럼 날씨가 흐린 날에 더 많아요. 평소 해맑은 사람도 날씨가 어두컴컴하면 괜히 울적해지잖아요. 하물며 삶이 고단한 분들은 어떻겠어요. 그런데 이런 날 출동 신고는 평소보다 오히려 적어요. 이건 신고가 적어서 그런 거예요. 목격자가 적다는 뜻이죠. 구출을 시도할 가능성 자체가 줄어든 격이라 대단히 슬픈 일이에요."
이 역시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이 팀장과 하 경위가 말을 보탰다. 최악은 단연 한강 물이 꽁꽁 얼어버린 겨울 늦은 밤이다. 배를 띄우기도 힘든 데다 잠수수색마저 여의치 않은 탓이다. 적잖은 경찰관들이 한강경찰대에 부임하고도 1년이 채 안 돼 자리를 떠나는 데에는 이런 복합적인 배경이 작용했다.
혹시 이들 경찰관이 겪는 트라우마는 없을까. 한강경찰대 경찰관들은 "더 열심히 운동하며 체력을 단련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서울 경찰 대부분이 4교대로 전환했으나 한강경찰대는 아직 3교대로 운영돼 기초 업무량 자체가 더 강한 체력을 요구한다"며 "가까스로 살아난 시민분들과 안타깝게 생명을 떠난 이들의 변사체를 보며 트라우마가 없을 순 없지만 그럴수록 더 강해지고 더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게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 경위와 김 경사는 시민들에게 ‘주변을 향한 애정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구조한 이들 중 젊은 분들이 적지 않더라고요. 생명이든 시신이든 구출하고 보면 어딘지 쓸쓸해 보여 마음이 정말 아프더라고요. 비록 저희가 나름 대로 애써서 구조에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고생 많았어요’라고 말해주고 싶을 만큼. 힘든 사회긴 하지만 많은 시민이 주변에 관심을 더해주며 용기와 위로를 주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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